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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만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전시


프랑스에서 예술과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결코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저술한 책과 작품들은, 현대 건축을 논하는 이들에게 교과서와 같이 다루어지기도 하는데요. 바로,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건축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입니다. 그리고 지금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는 그에 관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 아파트의 기원이 된 건축물 ‘유니테 아비타시옹’을 설계하다
 




한국의 주거 문화에 빼 놓을 수 없는 상징적 건축물인 ‘아파트’. 사람들의 보금자리로서 도시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아파트들을 보면서 한번쯤 그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다소 의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프랑스 남부도시 마르세이유(Marseille)의 한 건물에서 아파트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아파트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유니테 아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이 그것인데요.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입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1887년에 스위스에서 태어나 1965년 77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비롯해 ‘롱샴성당(La Chapelle de Ronchamp)’, ‘빌라 사보아(Villa Savoye)’와 같은 현대 건축물부터, 인도의 찬디가르 계획 신도시까지 세계의 수 많은 나라에 작품을 남겼습니다. 오늘날에는 당연시 되는 건축 방식인 ‘지주, 자유로운 평면, 입면, 옥상정원, 연속 창’의 근대건축의 5가지 요소를 현대건축에 제시한 건축가이기도 한데요. 그는 한 두 가지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대건축의 이론을 집대성한 건축가로, 지금까지 많은 건축가들의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가, 화가, 조각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전시
 
  



이번 퐁피두 전시는 그의 건축적 삶을 비롯해 그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적인 업적뿐만 아니라, 그가 살면서 열정을 불태웠던 또 다른 분야인 화가와 조각가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는데요.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뿐만 아니라 그의 건축세계의 기본이 되는 드로잉과 회화, 그리고 나아가 가구 디자인을 통해 어쩌면 건축가의 삶보다 진정으로 꿈꿨을지 모를 또 다른 예술 세계를 펼쳐 보였습니다. 워낙 유명한 건축가이기에 그의 건축물에 대한 이미지나 자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그의 미술 작품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그의 감춰졌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는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퐁피두 전시장의 큰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역시 그의 회화작품들입니다. 당시 순수주의의 영향을 받은 수 많은 그의 페인팅 작품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가 설계한 많은 건축물들이 하나의 조형으로서 그 안에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또한 이 전시에서는 그가 미술가 오잔팡(A. ozanfant)과 함께 창간한 잡지 ‘에스프리 누보(Esprit Nouveau)’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잡지가 발간되던 시기는 르 코르뷔지에가 본명인 샤를르 에두아르 잔네레-그히(Charles Edouard Jeanneret-Gris)란 이름 대신 외조부의 이름을 딴 ‘르 코르뷔지에’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게 된 때로, 그가 건축가로서 본격적으로 활약을 하게 된 시점입니다.


‘훌륭한 비례는 편안함을 주고, 나쁜 비례는 불편함을 준다’라고 말했던 르 코르뷔지에. 그는 자연에서 완벽한 비례와 균형을 찾아 가장 현대적이지만 가장 유연한 건축으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빛과 공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을 위한, 그리고 ‘사람’을 담은 그의 건축이 지금까지 현대건축의 표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의 평생의 손길이 담긴 건축물에 관한 자료부터, 그것의 시작점이 되었던 드로잉, 그리고 그의 가슴 속 세계를 펼쳐 보인 회화와 조각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넘어, 필명 뒤에 숨어있던 ‘샤를르 에두아르 잔네레-그히(Charles Edouard Jeanneret-Gris)’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