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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전시/벵자멩 보티에] ‘내가 곧 예술이다’ 아티스트 ‘Ben’ 전시


동글동글 정겨운 글자체로 쓰여진 캔버스 위에 짧은 문장들. 글자체에 반해 그 문장을 읽어가다보면 글자체에서 느꼈던 첫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철학적인 문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Art=Ben’이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아티스트. 바로 그 문장 그대로의 Ben의 전시가 지금 파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 벵자멩 보티에의 철학적 질문을 만나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 벵자멩 보티에(Benjamin Vautier). 지금 그가 쓰는 아니 어쩌면 그가 그리는 캔버스 위의 문구는 지금 파리에서 소리없는 함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파리 7구에 위치한 마욜 미술관(Musée Maillol). 로뎅과 함께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아리스티드 마욜(Aristide Maillol, 1861~1944)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1996년 만들어진 이 미술관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739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과 가치있는 소장품으로 파리에 주요 미술관 중 하나로 뽑히고 있는데요. 보수공사로 인해 약 6개월 동안 문을 닫았던 마욜 미술관은 ‘Ben’의 전시와 함께 이번 가을 재개장을 하였습니다.



‘Art=Ben(예술=벤)’, ‘La différence est une chance (다름은 하나의 기회다)’, ‘Comment savoir si c’est de l’art ou pas?(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등 그가 작품 안에서 표현하는 수 만가지의 문장들은 명쾌하고 확실하지만 그 문장 속에는 관람객들의 통찰력을 요구하는 깊은 의미와 숨은 질문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1935년생으로 여든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인 프랑스 아티스트인데요. 자신의 이름인 벵자멩(Benjamin)의 애칭인 ‘Ben’으로 활동하는 그의 작품은 그 친숙한 이름만큼이나 프랑스인들에게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우리에게 현대 미술을 가장 널리 알린 백남준과 함께 1960년대 전위 활동 운동인 ‘플럭서스’ 운동을 이끈 작가이기도 하죠.


■ 예술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

  



여러가지의 캔버스와 그의 오브제 작품들로 전시된 미술관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어느 곳 하나 빈 공간으로 남겨지지 않고 전시 공간을 그의 작품으로 꽉 채워 놓았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그의 손글씨로 유명한 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그의 오브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오브제를 모아 만들어진 편집증적이고 다소 괴기스럽기까지한 그의 오브제 작품 속 곳곳에서도 그의 문체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그의 오브제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다보면 그가 왜 전위예술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불리우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시회장의 끝 부분쯤에는 ‘Je suis la plus important (내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쓰여진 그의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조용히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전시장을 빠져나가기 전 이 작품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데요. 예술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Ben. 그는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이 예술 자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당신도 그 존재 그대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예술이다" 라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파리 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