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서랍 한 켠에는 소중했던 그 누군가에게 받았던 편지나 카드를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래될수록 더 소중해지고 사진과 다른 또 다른 추억이 되어 서랍 속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그것들. 먼지가 살포시 내려앉고 기억에서 잊혀져 서랍 깊숙한 곳으로 밀려났지만 그것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들추어본 기억이 까마득할 지라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작은 종이 위에 남겨진, 누군가의 숨결이 담긴 손 글씨의 가치를 알기 때문입니다.

<루이 14세의 필체>


내손의 온기를 고스란히 담아

프랑스는 아직도 이메일 보다는 편지가 익숙한 나라입니다. 공공업무는 아직도 인터넷보다는 편지로 처리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연말이나 여행 중에는 어김없이 카드와 엽서를 정성스럽게 작성합니다. 프랑스인들은 유행을 받아들이나 흡수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아날로그적인 것에 조금 더 익숙한 탓인지, 아직 프랑스는 ‘손 글씨’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획일화된 글자의 폰트를 찍어내는 타이핑으로는 그 사람을 증명할 것이 없기에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프린트된 형식의 편지를 보내더라도 끝자락에 자신의 손으로 쓴 날짜와 서명을 곁들입니다. 이것은 자신이 썼다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증명인 것인데요. 손 글씨는 그 사람의 또 하나의 얼굴인 것입니다.


Le Musée des lettres et manuscrits

파리 쌩 제르망 중심가 한 가운데에는 이러한 파리지앵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Le Musée des lettres et manuscrits  (편지 & 원고 박물관) 박물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프랑스의 태양 왕 루이 14세의 필체부터 아인슈타인의 연구 노트, 피카소, 고흐의 편지와 스케치, 베토벤, 모차르트 등 음악가들이 손으로 적어 내려간 악보 등 수 많은 역사적 유명인들이 마음을 담아 손으로 써 내려간 흔적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필체>


샤롤 드 골의 'Secret'

지금 이 곳에서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히는 샤롤 드 골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그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파리를 거쳐가 보았다면 그의 이름은 알 것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공항, 공원, 동상 등 파리에서 가장 많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영웅이자 프랑스 제 21대 대통령이였던 그의 수 많은 공문서와 편지들을 전시장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의 필체가 담겨있는 많은 문서들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가 ‘secret (비밀)’ 이란 빨간 글씨였습니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지켜져야 할 수많은 비밀들이 그 작은 종이 속 글자 들을 통해 가장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그 때에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를드골과 그의 아내>

시간이 지나 노랗게 바랜 종이들 위에 적어 내려간 많은 글씨들과 때론 지우고 다시 쓴 흔적들은 그 때 그 사람이 어떤 것을 고민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어떤 사진이나 자료 같은 설명 없이도 그 들의 마음속을 읽어보는 듯 생생하게 그들의 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수 많은 타이포그라피가 생산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고유의 필체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명필인가 악필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샤롤 드골 대통령의 필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려 쓰는 악필 쪽에 가까운 서체였는데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흔적을 소중히 여기고 그 것을 통해 감동을 얻습니다. 프랑스인들은 한 사람의 서체를 예술로서 또는 역사적으로서의 가치를 믿는 것입니다. 당신의 또 다른 얼굴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 지 오늘은 자판이 아닌 펜을 들고 종이에 나의 모습을 비춰보길 조용히 권해봅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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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6 18:33 캘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신안정에 캘리그래피만한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