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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 재단/레아 세이두] 파리 도심 속 거대한 유기물체의 출현 – Renzo Piano의 Fondation Jérôme Seydoux - Pathé


회색빛 지붕으로 덮힌 파리의 건물들.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건물 사이에는 여유 공간 하나 없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데요. 이 비좁은 건물들 사이로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인 물체가 마치 이 비좁은 공간을 빠져 나가려는 듯, 건물과 밀착돼 위치해 있습니다. 알루미늄 패널로 만들어진 비늘을 뒤덮고 있는 비정형의 거대한 물체. 이것은 프랑스 거대 미디어 그룹 파테(Pathé)의 재단 건물인데요. 단순한 건물이 아닌 문화로 여겨지고 있는 이곳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 파리의 문화를 항해하는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



Pathé는 프랑스에서는 누구나 아는 미디어 그룹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를 통해 더 잘 알려져 있는 회사입니다. 프랑스를 넘어 이제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배우인 레아 세이두는 201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가장 따뜻한 색 - 블루’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대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레아 세이두가 데뷔를 했을 때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Pathé 영화사의 회장인 제롬 세이두가 그녀의 할아버지이며 고몽(Gaumont) 영화사의 CEO인 니콜라스 세이두의 증손녀이기 때문이였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 Pathé, 그리고 영화배우 레아 세이두의 등장으로 주목받았던 이 회사는 요즘 또 다른 그들의 재단 건물,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로 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파리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비정형의 생물체처럼 유기적인 형상을 하고 있는 이 건물은 Pathé 재단의 과거 영화 자료들을 보존하고 영화 예술 진흥을 위해 지어졌습니다. 또한 이 건물은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 설계자로 유명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를 맡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미래적이지만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서로가 어우러질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렌조 피아노의 건축 스타일은 이 건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파격적이지만 결코 파리가 가진 고유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 알루미늄 타공 패널로 건물의 전체 외관을 마감하여 건물 내부에 직사광선을 피하는 동시에 많은 자연광을 건물 공간 내부로 흡수할 수 있게 하였으며, 지열을 이용하여 건물의 내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설비시스템은 현재 건축계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 의 건축 설계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 건물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

  



이 건물의 내부는 과거 Pathé 영화사의 영화 포스터와 자료, 영화 촬영 시 실제로 촬영한 150여 개의 영화 카메라와 같이 영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두 개의 전시관과  Pathé사의 과거 무성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 그리고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등 총 2,200미터 제곱미터의 여섯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영화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Pathé 재단 건물이 역사, 문화적으로 소중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요. 이 장소는 과거 <80일 간의 세계일주>와 같은 유명 연극을 공연하던 1869년에 지어진 공연장이였습니다. 재단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기존의 공연장 건물은 해체시켰으나 대로변과 마주한 기존 건물의 파사드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현대에 가장 위대한 근대 조각가라 불리는 Auguste Rodin의 작품이 이 파사드에 조각되어져 있기 때문이죠. 이 조각은 파리 뿐만 아니라 이곳 Les Gobleins 지역의 역사적 랜드마크로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인데요. 이렇듯 Pathé 재단의 새로운 건물은 영화라는 맥락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영화의 종주국이라 불리우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표현하는 프랑스. 이곳에서 Fondation Jérôme Seydoux- Pathé는 단순한 건물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 그 자체로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파리 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