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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알공예] 달콤한 4월의 부활절

프랑스에서 달콤한 초콜릿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은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2월이나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4월 한 달 동안 부활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초콜릿이 가게의 진열대에 올라오는데요.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연인들은 서로를 위해 초콜릿을 구입합니다. 부활절과 초콜릿.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프랑스에서는 실과 바늘 처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초콜릿을 낳은 프랑스의 부활절

부활절은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 기념일이지만 프랑스에서는 하나의 ‘휴일’에 더 가깝습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카톨릭을 기반으로 정치, 문화, 역사가 발달된 이유로 많은 휴일이 카톨릭과 연관이 되어있고 부활절도 그러한 의미에서 크리스마스와 같이 큰 연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부활절방학을 맞이하고 어른들은 부활절 주말과 이어진 월요일 공휴일을 맞아 짧은 바캉스를 떠나거나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와 달리 매년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활절이 있는 4월 한 달은 언제나 토끼, 달걀, 닭, 종 등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초콜릿일까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유라면 프랑스 사람들은 워낙 초콜릿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진짜 달걀을 먹는 것보다 ‘달걀’모양의 초콜릿을 대신 먹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생긴 문화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이유입니다.


달콤한 부활절 기념 행사

4월 한 달 동안은 사각형이나 사다리꼴 모양의 정형화된 초콜릿이 아닌 각양각색의 다양한 초콜릿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모양의 초콜릿 중에 가장 인기 있는 모양은 달걀이나 닭의 모양의 초콜릿이 아닌 토끼모양의 초콜릿인데요. 토끼가 부활절이 되면 착한 아이가 있는 집 마당에 찾아와서 달걀을 숨겨놓고 간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부활절 아침이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마당이나 공원에 수 십 개의 초콜릿을 숨겨놓고 찾게 하는 ‘달걀 찾기’놀이를 합니다. 비록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로 시작되었지만 연인들이 서로를 위해 준비하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준비하기도 하죠. 올해도 파리 곳곳의 공원에서는 ‘달걀 찾기’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새 옷을 입은 부활절 달걀

대중적으로는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주고 받지만 또한 달걀을 선물하는 것도 오랜 전통입니다. 다만 식용으로서의 달걀이 아닌 예술로서의 달걀, ‘알 공예’ 작품을 뜻하는 것인데요. 주로 부활절 선물로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알렉산더 3세가 황후에게 줄 부활절 선물로 보석 세공가에게 알 공예를 부탁하면서 하나의 관습으로 굳어졌죠.

<Peter Carl Faberge포트레이트와 그의 작품>

알 공예는 유럽에서는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는 고급 예술품입니다. 루이15세 때에 이르러 보석으로 치장된 달걀과 팬던트가 제작되었고 이 것은 프랑스 세공사들의 주요한 창작물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알 공예는 프랑스 혈통의 러시아 궁중의 보석세공가인 Peter Carl Faberge에 의해 새로운 기법이 창시됐는데, 아직도 그의 작품의 아름다움은 독보적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보석으로 치장된 값비싼 알 공예품도 있지만 부활절 주말에 열리는 파리 곳곳의 노천시장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그림이나 색으로 장식된 알 공예품을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매년 부활절 시즌이 되면 열리는 알 공예품 시장이나 박람회를 찾아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도 프랑스인들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희망과 탄생의 상징, 축복이 담긴 신의 선물로 여겨지는 ‘알’, 그리고 그 알을 우리 몰래 살포시 가져다 주는 앙증맞은 ‘토끼’까지, 프랑스는 이처럼 다양한 상징들로 이루어진 초콜릿들과 함게 달콤한 부활절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