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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펠르랭/프랑수와쳉/우니르콩트] 동서양의 경계에서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

인종이라는 하나의 군집은 쉽사리 허물어 지지 않는 하나의 경계와도 같았던 것이 근래까지의 현실이었습니다. 생태학적으로 자연스레 생겨난 이런 구분 속에서 자신이 속한 부류가 더 특별하길 원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심리작용이겠지요. 동•서양의 분리 역시 같은 맥락으로 자리잡았을 것입니다. 비행기와 같은 이동 수단의 발달을 시작으로 다 민족 국가들이 늘어나고, IT의 발전이 가져 온 차세대 네트워크 등을 통해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데요. 여기 프랑스라는 먼 나라에서 인종을 뛰어넘어 그들과 함께 많은 업적을 이룩하며 이슈가 되고 있는 아시아인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디서나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플뢰르 펠르랭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대두되고 있는 대선결과와 함께 한 한국계 여성의 이름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감사원에서 문화, 국가교육 등의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 플뢰르 펠르랭인데요.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최근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와 올랑드 캠프의 숨은 인재라고 알려지며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주간지 르 피가로에서는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래의 프랑스의 정치인으로 조명 될 7인에 플뢰르 펠르랭을 ‘가장 날카로운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덧붙여 르 피가로에서는 펠르렝을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입이며 초대받지 않은 회의에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참석하는 배짱 있는 여성”이라 칭했는데요. 최근까지 엘리트 여성 정치인 모임인 ‘21세기 클럽’의 회장직을 맞아왔던 그녀는 이번 올랑드의 당선을 통해 차기 디지털 경제부 장관의 재목으로 오를 것이라는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펠르렝은 정치계에서 인종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어디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 한국계 프랑스 여성으로써 대표되고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 문학의 교차로, 프랑수와 쳉

프랑스의 학사원(French Institute)을 구성하는 5개의 아카데미 중 가장 권위 있고 명예로운 학술기관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이곳에서 프랑스 지식인 최고의 영예를 2002년 한 중국계 프랑스인이 동양인 최초로 얻게 됩니다. 프랑수와 쳉이라 불리는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이자 시인, 서예가였는데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는 그를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영예이자 프랑스의 영광이라며 최고의 예우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쳉이 프랑스 유학 중이던 스무 살 시절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을 박해하는 중국 내의 혼란으로 그는 아예 프랑스에 망명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중국의 시와 문학뿐 아니라 프랑스어로 창작을 시작하면서 그는 나라를 넘어 동양과 서양의 문학의 중간지점에서 둘을 잇는 다리의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2009년 작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욕망」에서 역시 아시아인이지만 프랑스를 넘어선 서양과의 폭넓은 교류와, 두 문화의 교감을 이끌어 낸 쳉의 무한한 문학적 재능을 의미 깊게 살펴 보실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전적 이야기, 우니 르콩트

9살에 프랑스로 입양되어 자신을 솔직히 내보이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여행자’로 첫 감독 데뷔한 우니 르콩트는 한국계 프랑스인입니다.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FEMIS)를 나온 그녀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파리는 깨어난다’라는 프랑스 영화에 영화배우로도 출연한 바 있는데요. 영화 ‘밀양’의 프랑스 개봉 때 만난 이창동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준 계기로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르콩트의 첫 영화 ‘여행자’는 2009년 열린 칸느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는데요.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영감을 얻어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인간은 긴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처럼 어떤 차이라는 틀 안에 갖쳐 있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그녀의 마인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재 프랑스에는 약 6천 5백 만 명의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나라에 이렇게 많은 인구가 숨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인종과 문화도 같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펠르랭이 여성이며 아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배타적 성향이 강한 프랑스 정치계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을 받아드리는 열린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비단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비록 내가 태어난 고향이 아니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그 나라를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의 장점을 살려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것. 어쩌면 그것이 사람과 나라,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