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는 괴테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일곱 빛깔로 이루어진 무지개 역시 빛이 고통으로 그 아름다운 색깔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인데요. 이번 달 루이까또즈가 만난 문화인은 이런 색채들을 가지고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며 겪는 고통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일러스트 레이터 지향입니다.

앞을 보지 않았던 소녀, 세상 밖으로

2012년 4월 21일부터 9일 동안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제2회 디자인아트페어(이하 DAF)는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큰 문화축제였는데요, 이 곳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지향의 첫 개인전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소녀, 첫 번째 이야기’라는 타이틀 아래 관람객들을 맞은 그녀는 전시기간 내내 걱정반, 설레임반 이였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대중들 앞에 첫 선을 보인 총 7개의 작품은, 강한 인상과 함께 ‘일러스트레이터 지향’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DAF에 참여한 작품에는 아리송하게 형상화 된 제스쳐와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의 모습이 담겨있었는데요. 밝은 색감과 어두운 느낌이 상반되는 모습은 자신의 내면을 바탕으로 표현했다는 지향만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첫 개인전을 통해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풀어냄으로서 더 밝은 빛을 받아들이고 싶었다는 그녀는, 앞으로 더 쾌활해진 소녀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는데요. 첫 개인전 이후, 바깥세상과 더 소통하고 싶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지향을 만나보겠습니다.

지향만의 island

햇살 좋은 6월의 끝자락,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를 간직한 모습은 개인전에서 보았던 그녀의 그림과 사뭇 다른 이미지를 연상시켰는데요. 여성스러운 블라우스와 블랙스커트, 포인트를 준 블루 계열의 루이까또즈 토트백까지 센스있게 스타일링한 지향만의 스타일은 성숙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습니다.
다른 직업들도 공통 된 부분이 있겠지만 예술가들의 작업실은 특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숨겨져 있는데요, 그녀의 작업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컴퓨터와 큰 타블렛이 놓여져 있는 책상 외에, 옆 선반에는 많은 디자인 관련 서적들과 아기자기한 고양이 찰흙모형들이 채우고 있었는데요. 또한 벽에 붙어있는 지향표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들은 마치 그녀의 이름이 붙여진 작은 섬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사랑이 가득한 그녀의 섬에 입장하기 전 구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실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Interview>

이번 DAF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지신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 저는 예전부터 그림을 그려도 수줍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여주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보여주고, 공감하고, 소통하고픈 욕구가 수줍음을 이긴 거죠. 사실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고서도 어떤 그림을 그려야 되나 도저히 안 떠올라 밤을 샌 적도 많았어요. DAF 참가에 선발 된 후에도 똑같은 고민을 계속 했구요.

작품 속 소녀들의 모습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어떤 감성을 담아내셨나요?
- 제 그림은 저의 내면 속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한 거예요. 그림 속 소녀들은 각각 어른이 된다는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저는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당혹스러움, 가슴 속에 꼭꼭 숨기고 있는 비밀스러운 감정, 명쾌한 정답이 없는 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감정 등 제가 품고 있는 생각들과 고민들을 나타내려고 했죠. 눈을 가린 이유도 이런 생각들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모습이에요.

첫 개인전을 DAF에서 치루신 후 주변의 반응이나 변화가 있다면요?
- 8개의 작품 중 한 작품을 어떤 분께서 구매해주셨는데요(웃음), 예상치도 못했던 일인데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소통한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제 그림을 보는 분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 후 새로운 목표의 방향을 잡게 해주었습니다.

지향님의 작업실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같아요.
-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좋아했어요. 도도하지만 친구라고 생각되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지요. 지금은 ‘복진’과 ‘쿱’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마리의 반려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고양이는 제가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활력소이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이자 가족이고 삶의 이유예요. 이렇듯 머리 속 대부분이 고양이 생각으로 가득해서 그림을 그려도 고양이를 자주 그리게 되네요.

고양이 외에도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들을 좋아해요. 자유로운 선으로 이루어져있는, 여기저기 색칠이 번진 그림도 좋고 대형 캔버스에 그려진 몽환적인 눈망울의 소녀들도 좋아요.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품 속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도 그런 느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죠.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서다

시각디자인을 전공 한 이후로 현재 대학원 진학과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향에게,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은 자연스러운 길이였다고 하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에서 출발,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디자인계열로 진학하면서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나아가 지금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 계속 더 큰 꿈을 꾸어 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평소에 시간이 날 때면 어디서든 틈틈이 연습장에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을 스케치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작품활동을 할 때 이런 아이디어 스케치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특별히 이번 인터뷰를 기념하며 지향은, 루이까또즈 토트백을 들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귀여운 일러스트를 구독자 여러분들께 선물하기도 했는데요. 그녀의 개성과 루이까또즈에 대한 소중한 애정이 담긴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가방 속 아이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말해주듯 그녀의 가방 속에는 그림들이 담겨있는 많은 소지품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DAF때 참가했던 작품들을 담은 엽서들은 만남이 있는 이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기도 하고, 연습장과 스마트폰은 다음 작품을 위한 넘치는 아이디어를 담아 주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었는데요. 일회용품이 아닌 손수건을 휴대하고 다니는 그녀의 섬세함도 함께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세상에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게 된 지향은, 앞으로 자신 안의 더 많은 소녀들을 표현 할 수 있는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넓은 분야들도 배워보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인생을 이끄는 것은 도전입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기회는 도전하는 자에게 찾아옵니다’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의욕적으로 세상에 대해 경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향해서 도전하는 그녀의 발걸음을 루이까또즈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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