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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설치미술/모뉴멘타] 기념비적 설치미술품 속으로 들어가다, Monumenta

현대미술에 많은 영역들 중에서 ‘설치미술’은 가장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술의 도시 중 하나로 여겨지는 프랑스에서도 설치미술은 가장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조형 미술의 방법론 중 하나인데요. 설치미술은 경계성이 모호한 특징을 앞세워 비디오, 건축, 디자인 등 다른 영역들과 자유로운 결합을 통해 그 영역이 더 확대되고 있으며, 또한 그럼으로 인해 더욱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매년 6월 파리에서는 모뉴멘타(monumenta)라는 이름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약 한달 동안 파리지앵들과 관광객들을 미술 작품 속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 행사, 모뉴멘타

모뉴멘타는 매년 세계적인 작가 한 명을 선정하여 4천 2백㎡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그헝팔레(grand palais) 내부를 무대 삼아 열리는 기획전시입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올해로 6년째를 맞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사를 가진 행사이지만, 첫 회부터 세계적인 이목을 끌며 성공적으로 이어나가, 이제는 매년 평균 5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미술 행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07년 독일작가 안젤름 키퍼를 시작으로 리차드 세라, 크리스티앙 볼텅스키, 아니쉬 카프어를 이어 다니엘 뷔헨이 올해의 작가로 초대되어 지금 그의 작품을 파리 그헝팔레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onumenta 2010

Monumenta 2011

그헝팔레는 규모만큼이나 특색 있는 건축물의 내부가 유명합니다. 커다란 유리 돔으로 이루어진 내부에 들어서면 기둥 없이 펼쳐진 텅 빈 공간이 주는 압도 감은 내부와 외부를 혼동시킬 만큼 큰 규모를 먼저 느낄 수 있는데요. 또한 유리로 된 천장은 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공 빛 없이도 외부보다 더 밝게 느껴지는 실내를 느끼게 건축되었습니다. 이러한 방대한 공간을 조형 설치물로 가득 채우는 전시 ‘도큐멘타’는,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전시장에 들어왔다는 느낌대신 갑자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키가 작아져, 설치 작품 안으로 빠져 들어와 버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DANIEL BUREN MONUMENTA 2012

올해 선정된 작가인 다니엘 뷔헨(Daniel Buren)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로 스트라이프 무늬, 색채와 빛을 사용하여 회화, 설치, 그리고 공공미술 등 다양한 조형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프랑스가 자부심을 가지고 내세우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실제로 프랑스 거리 곳곳에서 그가 디자인한 공공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번 모뉴멘타에서 그는 ‘excentrique(중심을 벗어난)’이란 작품으로 관객을 맞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색과 빛이란 요소를 공간이 내제한 빛과 결합하여 색채 공원을 형성했는데요. 공간을 가득 채운 337개의 5가지 색의 투명한 원판은 그헝팔레 천장의 빛을 그대로 흡수하여 공간 바닥에 알록달록한 빛의 색체를 뿌려놓았고, 무채색의 그림자 대신 색색의 그림자로 물든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산책하듯 그 곳을 거닐면서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삭막했던 회색 빛 시멘트 바닥은 수채화처럼 빛을 머금고 외부의 날씨에 따라 세밀하게 변하는 빛의 움직임이 공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는데요, 알록달록한 색상 때문인지 어린 아이 관객들의 웃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의 모뉴멘타의 작품들이 다소 웅장하고 엄숙한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했다면 이번 2012 모뉴멘타는 높이를 관객에서 맞추고 편안한 느낌으로 관객을 색의 숲으로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모뉴멘타(monumenta)는 기념비(monument)란 단어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념적인 상징물을 대변하는 것은 세기가 지나도 변함없는 돌로 된 조각이나 기념 탑 이였다면, 지금 이 시대는 우리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를 모뉴멘타는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는데요. ‘monument’가 상징하는 단어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작품은 설치작품으로서 정해진 기간 동안 설치되었다가 다시 해체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파리의 중심에 일년에 약 5주간 존재하는 대형 설치 작품은 여름이 오기 전 그 모습은 내년을 기약하며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 또는 이순간, 보지 않으면 영원히 사진 속 모습으로밖에 만나볼 수 없는 작품. 그래서 그 것은 더욱 ‘기념비’적이고 ‘역사’적인 모습으로 관람객 마음 속에 새겨 질 것입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