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 여러 가지 물건뿐 아니라 여성들의 영혼까지 담겨 있다고 표현되는 이것은, 바로 가방입니다. 도구로서의 역할에서 오늘날 패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기까지 가방의 변천사를 한대 모은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2012년 여성사전시관의 소장물을 통해 소개된 ‘모던걸의 자존심, 가방’ 전을 소개합니다.

모던걸의 필수품, 가방

1920년에 신여성을 뜻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한 ‘모던걸’은 가방을 장신구이자 자신을 나타내는 용도로 널리 사용했습니다.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가방은 늘 그녀들의 꿈과 희망에 동행해 왔는데요.
지금의 ‘파우치’로도 불리는 화장품가방은 당시 여성들에게도 필수아이템 이였습니다. 어머니 화장대에서 몰래 립스틱을 훔쳐 바르던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평생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이 담긴 가방이라 할 수 있는데요. 파우치와 함께 가방 속 필수 아이템이었던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한 동전지갑에서, 지금과 달리 동전이 주로 사용되었던 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행에 따라 여성들의 인기를 끌던 가방도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인조가죽을 이용해 악어백의 느낌을 준 핸드백과 패션에 좀 까다롭다 싶은 멋쟁이들만이 들고 다녔다는 구슬백, 그리고 오늘날의 클러치처럼 파티복이나 한복에 소품으로 사용되었던 빈티지한 느낌의 작은 손가방들은, 현재의 레트로풍 의상과 매치해도 손색 없을 만큼 독특한 개성을 뽐냈습니다.

여성의 일상 속의 가방

현대 여성들게 있어 가방은 그녀 자신을 대변하는 패션이상의 소품인데요. 모던걸들 역시 소박하지만 소신있게 본인들의 직업에 걸 맞는 가방을 선택함으로써 그녀들의 자신감을 표현했습니다.
똑같은 교복패션으로 본인들의 개성을 표현하기 힘들었던 학생들에게 가방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는데요. 당시 학생들 역시 요즘 청소년들 못지 않게 가방의 메이커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네모 반듯한 학생가방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삐삐선가방’이라 불리는 시장가방이었습니다. 일회용봉투가 없던 시절 주부들의 장보기를 도와주기 위해 탄생한 가방이 바로 삐삐선가방인데요. 6.25 전쟁으로 남겨진 군용 전화선이었던 삐삐선은 특유의 탄력성과 견고함으로 가방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가 되었습니다. 또한 가방이 촘촘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졌느냐(전라도 지방), 성글게 만들어 졌느냐(강원도 지방)에 따라 지역 구분도 가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화장품 외판원이 사용했던 회사 로고가 박힌 가방은 외적인 면보다 실용성 위주로 만들어진 듯 보이는데요, 마치 주인의 직업정신을 고취시켰을 것 같은 모습이 특징입니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버스안내양이 사용하던 가죽가방에서는 토큰과 승차권이 남아 귀중한 자료가 되었는데요. ‘오라이’를 외치며 당시 시내들을 누볐을 그녀들의 모습이 가방과 함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매체 속 가방

많은 여성들의 가방에 대한 애정과 비례하게 여러 매체들도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주부생활’과 ‘여성중앙’ 같은 여성잡지에는 가방에 대한 코디법이나 소개글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는데요. 현재의 패션잡지를 채우고 있는 가방광고와 가방을 테마로 한 글들이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60년대 후반부터 ‘미성’, ‘미광’, ‘미미’라는 3대 미시스터즈 핸드백 브랜드가 등장하여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의 선물로 자사의 가방을 광고하는 모습에서, 당시 여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위시 아이템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지금 봐도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이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나요?

진화하는 오늘날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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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직업이 더욱 다양화되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가방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당하고 이지적인 오늘날의 커리어우먼들에게는 고급스러운 숄더백이나, 활용도 높은 투웨이백등 다양한 아이템이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고 있으며, 친환경 소재의 에코백이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유니크한 백 등은 패션의 경계를 벗어나 시대의 트렌드를 움직이는 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내 핸드백 속에는
                                       이향희
내 핸드백 속에는
그리움이 한 켤레 들어 있다.
오래된 그림자 한 그루
문학 한 타스는 물론이고

덜 익은 예 한 톨과
잘 자란 아니오 한 마리가 들어 있어
오늘도 달그락 달그락 나를 따라 다닌다.

전시관에 계시던 한 아주머니는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래도 책가방을 들고 학교 다닐 때가 가장 즐거웠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는데요. 조금은 낡았지만 옛날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전시관의 가방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에게 가방은 마치 학창시절 어디든 꼭 붙어 다니던 단짝친구처럼 소중하고, 잊고 있다 다시 만나게 되면 더 반가운 존재인데요. 누군가의 팔목에, 또는 어깨에 걸려 더 많은 세월을 함께 해줄 가방들이,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