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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빵/바게트/블랑제리] 한 음절이 주는 입안의 깊은 감동, 빵

유명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주인공 장발장이 어린 시절 가난과 배고픔에 못 이겨 빵 한 조각을 훔치면서 시작됩니다. 이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란 단순히 기호식품을 넘어서 프랑스 인들의 삶과 직결되는 하나의 상징임을 보여주는데요. 오늘날까지 프랑스 식문화의 제일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빵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유산만큼 소중한 빵

프랑스어로 ‘Pain’이라 불리는 빵은 정부에서 프랑스 빵만의 특성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직접 그 정의와 만드는 법을 법률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식품입니다.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면, ‘빵은 밀가루, 물, 소금만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이스트나 혹은 자연 발효되어야 하고 반죽이 냉동되거나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것인데요. 여기까지만 보아도 프랑스인들의 빵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프랑스 빵의 대표 하면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바게트’를 첫 번째로 꼽습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여행객들이 바게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나, 각 국의 프랑스 제과점 광고에도 바게트는 단골 손님처럼 자주 등장하는데요. 에펠탑에 버금가는 상징성을 수많은 먹거리 중 하나인 빵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새삼 놀랍지 않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365일 매일 곁에 있는 빵

옛말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된다는 말이 있듯이 프랑스의 식탁에서 빵은 식전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식사를 돕는 음식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97%가 날마다 빵을 먹으며, 대다수가 식탁에 빵이 없는(특히 바게트) 식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여기는데요. 대통령궁의 식탁에도 매일같이 최고의 제빵장인이 만든 빵이 올라간다고 하니, 우리의 주식인 쌀만큼 빵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빵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주요하게 자리잡은 만큼, 블랑제리(빵집) 또한 거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프랑스 주부들은 집에서 직접 빵을 굽거나, 블랑제리를 방문해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오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요. 제빵사들은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새벽 2~3시부터 준비기간을 가지며, 프랑스 사람들은 이사를 가게가 되면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어디 있나’부터 살펴본다는 에피소드들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대략 70가지 종류의 프랑스 빵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 순위인 바게트를 비롯해 크루아상(기원은 헝가리), 브리오슈, 마들렌 등을 들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식당에 나오는 빵은 크게 식사용과 안주용 두 가지로 나뉘어지며, 크루아상이나 브리오슈 등은 대게 아침식사에 즐겨먹는 빵으로 저녁에는 따로 찾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블랑제리에서는 빵을 포장할 때 대부분 종이봉투를 사용하는데요, 이는 비닐봉지보다 통풍이 잘되어 빵의 식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날의 즐거움

대중적이진 않지만 조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정해진 날에 즐기는 빵들이 있습니다. ‘왕의 과자’로 불리는 갈레트 데 루아(La galette des rois)는 매년 1월 6일 공현절(주현절이라고도 불리며 예수의 출현을 축하하는 날)을 기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축제음식인데요. 둥그런 모양의 갈레트 데 루아의 속에는  ‘페브’라는 2~3cm 크기의 예쁜 도자기인형이 들어있으며, 파이를 잘라서 나누었을 때 이를 가져가는 사람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축복해주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프랑스 케이크인 부쉬 드 노엘은 문학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굽는 장작으로 번역됩니다. 실제로 이 케이크는 외관상으로 나무장작을 닮아 있는데요, 이런 이유에는 전년 겨울에 때다 남은 땔감을 모두 태워 신년의 액을 물리쳤다는 설과 한 연인이 너무 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땔감을 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전했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빵, 문화로 발전하다

[사진 출처: www.lafetedupain.com/]

매년 5월 중순 프랑스에서는 ‘La Fete Du Pain(빵축제)’가 열립니다. 프랑스 전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축제는 각 지역의 제빵사들의 자발적 주최로 빵 시식회, 빵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린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빵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빵에 대해 학습하고, 어른들은 빵으로 갖가지 모양의 예술작품 만들며 축제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프랑스 빵의 명성과 함께 긍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빵 축제를 통해 고유의 음식 문화를 더욱 탄탄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160g에 해당하는 빵을 섭취한다고 합니다. 절대 과식하지 않는 프랑스 인들의 식습관상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의 식탁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늘 다양한 빵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이들의 깊은 애정과 함께 프랑스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함을 전해줄 빵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제과, 제빵을 통합하여 빵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제과와 제빵의 가장 큰 차이는 이스트의 유무, 밀가루 종류의 차이 등을 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