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나 팥빙수 같은 여름에 먹어야 제 맛인 계절한정메뉴처럼, 여름만 돌아오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뒤를 돌아 보지 마라!’,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와 같은 자극적인 글귀들로 소개되는 공포영화나 소설들 이야기 인데요. 실제로 더위를 식혀주는지 과학적인 증거는 없지만, 그래도 여름이면 꼭 한번쯤 접해보아야 할 공포이야기를 다룬 프랑스 영화와 소설들을 루이까또즈 블로그에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옆구리가 서늘해 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납량: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기운을 느낌.

영상 속의 공포체험

- 디아볼리끄(Les Diaboliques 1955)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천재로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의 탄생배경에는 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당시 히치콕과 라이벌 이었던 프랑스 영화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는, 스릴러 소설 ’악마 같은 여자’를 두고 먼저 영화화 시키기 위해 히치콕과 경쟁하게 되는데요. 몇 시간 차이로 먼저 판권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 클루조는 이를 토대로 한 공포영화 ‘디아볼리끄(Les Diaboliques)’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이에 자극을 받은 히치콕은 ‘사이코’를 만들게 되고, 자신의 영화가 더 낫다며 의기양양해 했다고 하는데요. 정작 ‘사이코’의 원작 소설가 로버트 블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포영화로 ‘디아볼리끄’ 꼽았다고 합니다.

[1995년에 리메이크 된 샤론스톤,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디아볼릭’]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폭력적인 남자의 아내와 내연녀가 한편이 되어 남자를 살인하는 내용 전개됩니다. 영화는 흑백컬러의 영상과 맞아 떨어져 시종일관 음침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며,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악에 대한 요소들을 반전을 통해 보여주는데요. 귀신이나 죽은자의 영혼이라는 허황된 실체보다 더욱더 무서운 인간이 만들어낸 공포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영화 ‘디아볼리끄’ 였습니다.

- 더 로드(The Road 2003)

유혈이 낭자하고 특별한 내용 없이 그저 시각적 재미를 위해 빠르게 흘러가는 공포영화는 흔히 단순한 오락용, 킬링타임용으로 분류됩니다. ‘그냥 재밌었다’, ‘징그럽고 무서웠다’ 등 한 줄도 안되는 감상평으로 평가되는 영화들에 반해, ‘더 로드’는 개봉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를 본 이들의 활발한 의견들이 올라 오는 작품입니다.

1997년 크리스마스 이브, 미국의 네브라스카주 교외의 마르콧 로드에서 있었던 한 가족의 미스테리한 사망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원인 모를 극심한 공포를 동반한 사망으로 추정 된 이 사건은, 프랑스 두 명의 신예감독 손에서 끝나지 않는 외딴 길과 무엇인지 모를 공포의 존재를 담아, 영화‘더 로드’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과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이 지속되고 있는 마르콧 로드라는 소재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데 크게 작용하는데요. 중간 중간 감독의 위트도 볼 수 있으며, 보는 이들에게 공포와 끝없는 의문점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활자에 스며있는 공포

- 노란방의 수수께끼(Mystere de la Chambre Jaune 1907)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에서 상상이상의 것을 생각해낸다?’라는 것은 ‘아’ 짧은 탄성과 함께 머리 속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희열을 맛보게 합니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아마도 이 순간에 존재하는 듯 한데요. 유명 드라마의 폐쇄공포증을 가진 재벌집 아들이라던가 하는 이들은 절대 피해야 할 밀실에 숨어 있는 공포와 추리의 세계를 담은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추리소설 ‘노란방의 수수께끼’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너무도 유명해진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자 가스통 르루의 작품입니다. ‘오페라의 유령’보다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세계 10대 추리소설에 들어가는 이 소설은 밀실이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인데요. 남들이 들어 올 수 없는 비밀 공간이라는 밀실의 정의와 폐쇄된 공간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라는 특징이 극명하게 부딪혀 오싹한 기운을 자아냅니다. 또한 활자들이 풍경을 그대로 그려내는 듯한 가스통 르루의 특유의 문체는 소설에 빠져든 독자들에게 직접 탐정의 옷을 입히는데요. 작가의 상상력에 살짝 동승해 밀실이라는 공간을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 오를라(Le Horla)

사람의 내면에 담겨있는 가장 원초적 감정 중 하나인 공포. 반대로 생각해 그 공포를 가장 잘 느끼려면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될 텐데요. 프랑스 사실주의의 대표적 작가이자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뽑히는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오를라’ 역시, 짧은 단편들이 엮어진 이야기 속에서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밀물처럼 거부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20대 후반부터 신경질환을 앓아왔던 모파상은 그의 몇 몇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오를라’안에도 특유의 무채색 우울함을 가득 담아놓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무언가 계속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 ‘찜찜하고 불편하다’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인간과 공포를 한 데 꽁꽁 묶어버린 그의 소설은 어쩌면 단지 공포에 대한 후유증 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교훈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체가 어떤 것이든 공포라는 감정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두려움이 될 수도,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이 될 수도 있는데요. 즐거울 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과 고통을 해소시켜주는 역할로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것처럼, 지친 여름날 일상생활의 가벼운 전환점으로 공포영화나 소설 한편, 오늘밤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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