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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놀이공원] 롤러코스터 타고 루브르 피라미드 감상하기- Fête Forain

파리의 여름은 그 모습을 쉽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그다지 덥지 않은 여름을 가진 파리이지만, 올해는 이상 기후변화로 인해 7월임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날씨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본래의 계절을 느끼기 힘들게 만드는 날씨에도, 그래도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파리에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파리지앵들은 파리에 프랑스어가 들리지 않으면 여름이 왔다고들 합니다. 여름이 되면 파리지앵들은 파리를 떠나 바캉스를 가고 그 대신 도시에는 외국 관광객만 넘친다는 사실의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인데요. 그 외에도 여름을 알리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튈릴리 공원에 설치되는 놀이기구들입니다.

신나는 놀이공원으로 탈바꿈

튈릴리 공원에 가기 위해 가까운 지하철 출구로 나오면, 17세기부터 보존되어 온 유서 깊은 공원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기도 전에, 다양각색의 놀이기구들이 먼저 사람들을 반깁니다. 여름에 한시적으로만 운영되다 9월이면 그 모습을 감추어버리는 튈릴리 공원의 놀이기구들은, 비록 짧은 기간 동안만 운행되지만 어린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진 놀이기구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전목마, 후룸라이드, 바이킹 등 다양한 강도의 놀이기구들을 배치하여 어른 들도 신나게 놀다 갈 수 있는 공원을 형성하게 됩니다.
사실 튈릴리 공원에 이렇게 다양한 놀이시설이 들어선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그 전에는 여름이면 회전 관람차가 설치되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는데요, 그때 설치되었던 회전 관람차가 이 놀이공원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튈릴리 공원 안 쪽에 위치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회전 관람차는, 지금은 공원 끝 콩코드 광장과 접해있는 부분에 그 장소를 옮겨 일년 내내 운행하고 있는데요. 이 후 매년 회전 관람차 주변으로 하나 둘씩 늘어났던 놀이기구들은 회전관람차가 옮겨진 후 더욱 다양하게 설치되었고, 이제 ‘fete forain’이란 이름의 행사로 자리잡기에 이르렀습니다.

튈릴리 공원의 매력

사실 튈릴리 공원은 파리의 중심에 콩코드 광장과 루부르 박물관 사이에 위치해 있는 역사가 깊은 프랑스 식 대 정원으로서, 놀이 공원이 조성되기 전에도 사시사철 방문객 들이 끊이지 않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이 곳에 여름 동안 ‘fête forain’이란 이름으로 생기는 놀이동산은 사실상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파리에서 여름을 보내는 시민들을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튈릴리 공원에는 파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즐거움 들이 가득합니다. 프랑스어로 ‘아빠의 수염’이란 뜻을 가진 달콤한 솜사탕을 맛보거나, 사과를 빨간 시럽으로 감싼 ‘사랑의 사과’란 이름의 먹거리를 맛 보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인데요. 남자들은 경품을 탈 수 있는 총 쏘기에 열을 올리고, 놀이기구를 타기에 나이가 너무 어린 아이들은 물 위에 띄어놓은 플라스틱 오리를 낚시 채로 집어 올리는 오리 낚시 놀이를 합니다.
이 곳은 대형 놀이공원이 자리잡은 한국에서는 이제 쉽게 보기 힘든 유원지 형태의 놀이공원이라 더욱 정겨움이 가득한데요. 놀이 기구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로 채워지지만, 특별히 1900년대에 만들어진 회전 목마를 타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신나게 놀이기구들을 즐기다가 다소 지치거나 혼잡스러움을 벗어나고 싶다면, 살짝 옆으로 벗어나 공원 분수대 옆에 설치된 일광욕 의자에서 단잠을 취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튈릴리 정원의 놀이공원은 신기루 같습니다. 텅 비였던 공간에 그 많은 시설물들이 단 이 틀 만에 설치되고, 또한 8월 말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이 틀 만에 그 모습을 감춥니다. 여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게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공간은 그 끝 무렵쯤 커다란 시설물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텅 빈 모습만을 남겨두는데요. 그리고 그 모습은 이렇게 우리에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이제 파리의 가을이 다가온다고.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