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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파리 플라주/바캉스] 파리의 해변 ‘Paris Plages’

‘파리의 해변’. 언뜻 영화 제목을 연상하게 하는 이 타이틀은 2002년부터 파리의 여름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축제의 이름입니다. 7월까지도 선선한 봄 날씨를 유지하던 파리의 날씨가 8월이 중턱에 넘어서자 쨍하게 비추는 햇살과 함께 여름다운 모습을 갖추었는데요. 이제 ‘파리의 해변’으로 떠나기 적절한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바캉스 속 파리지앵의 모습

지금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동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기에 ‘하면기’라는 표현이 써야할까요? 모든 프랑스인들은 충실하게 지켜왔던 일상의 모든 것들을 중단하고 일년동안 기다려왔던 휴식, 바캉스를 즐기고 있기 때문인데요. 회사, 상점들은 문을 닫고 우체국과 공공기관까지 단축근무를 합니다.
프랑스인들이 여름 바캉스를 일년 동안 가장 기다려왔던 이유는 무엇 일까요. 바캉스 동안 가장 누리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 정답은 바로 ‘뜨거운 햇살’입니다. 파리의 햇살은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한여름 뜨거운 열기와 햇살을 피해 바캉스를 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면, 파리지앵들은 회색빛의 날씨를 벗어나 여름의 열기와 햇살을 즐기기 위해 바캉스를 떠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켜 줄 장소로 모래사장이 깔린 ‘해변’만한 곳은 없을 텐데요. 그러한 ‘해변’이 파리에 매년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파리의 해변, 파리 플라주란 이름으로 말이죠.

[프랑스의 다양한 바캉스 이야기 바로가기: http://louisien.com/190]

Paris Plages만의 매력 하나

파리 플라주는 예술가의 다리라 불리우는 뽕데자르부터 노트르담 성당이 위치한 시테섬을 잇는 퐁네프다리, 뽕 노트르담 다리를 지나 쌩루이섬을 잇는 뽕 루이스필립 다리까지 약 3km의 길이로 센강변을 따라 형성됩니다. 파리 플라주가 형성된 구간의 원래의 용도는 차도입니다. 센강을 따라 다리 밑으로 이어지는 이 강변로도는 평소에는 자동차만 허용되는 구간인 것이죠. 강을 따라 아름다운 파리의 광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에 파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항상 시민들에게는 아쉬운 공간으로 남기도 한 곳입니다.
파리시는 파리 플라주 행사 동안 차량을 통제하고 그 자리를 시민들에게 내어주는데요.  파리 플라주가 반가운 이유는 단순히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기는 것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곳은 파리의 중심부이자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의 일광욕은 눈과 몸이 모두 즐거운 휴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사라진 그 공간에는 파라다이스가 생기고 눈 앞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이 남아있게 됩니다.

Paris Plages만의 매력 둘

고운 모래가 곱게 깔린 백사장과 파라솔들은 아주 단순한 광경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 휴식을 위한 아이디어가 숨겨져 있습니다. 누구든 해변을 떠올리면 백사장을 떠올리곤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의 많은 바닷가에는 새하얀 모래 대신 자갈을 이루고 있는 해변이 많은데요. 잘 알려진 휴양지인 니스나 깐 같은 프랑스 남부의 대부분의 해변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기 때문에 발이 폭폭 빠지는 따뜻하고 새하얀 모래는 파리지앵의 바캉스에 관한 환상을 충족시키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또한 이제는 모래가 없어진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모래는 둘도 없는 귀한 장난감이 되어주기 때문에 파리 플라주는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놀이터가 되어주는데요. 한켠에는 책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간이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고, 일광욕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설치된 스프링 쿨러와 샤워 시설도 완비되어 있습니다.
다리 밑에는 온 가족이 즐기기 좋은 테이블 축구게임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시민들의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정수된 물과 가스 등이 무료로 공급되게 만든 시설에서 파리시의 세심한 배려도 느낄 수 있습니다. 낮에는 여유롭고 조용한 휴식을 취하던 공간은 밤이 되면 각종행사와 콘서트로 또 다른 활기를 띠게 됩니다.
이 행사를 만들어 낸 사람은 파리 시장 베르트랑 드라노에 (Bertrand Delanoe)입니다. 그는 2001년 파리시장으로는 첫 번째 사회당 소속 좌파 시장으로, 시장에 당선된 후 파리 플라주를 첫 번째 계획으로 진행시켰고,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2002년 첫 행사를 성공리에 마치게 됩니다. 그 후 이 행사는 시민들의 환영 속에 매년 그 모습을 이어갔고 올 해 11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 행사뿐만 아니라 파리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 벨리브(Velib)와 무인자동차대여시스템 오토리브(Autolib)를 정착시키는 등 진정한 시민을 위한 현안들의 정책을 실행시키면서, 파리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2012년 현재까지 파리의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벨리브와 오토리브 포스팅 바로가기: http://louisien.com/189]

아직 날씨는 무덥지만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바캉스가 절정을 이루는 지금이야말고 가장 즐겁고 신나지만 또한 일년 중 가장 아쉬운 순간일 것입니다. 또 다시 다가 올 내년의 여름을 기다리며 파리지앵들은 파리 속 해변에서 마지막 바캉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