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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프랑스책/칼 라거펠트] 책 안에서 만나는 예술–파리의 예술 서점

프랑스 거리를 걷다가 유난히 눈에 자주 띄는 가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빵집입니다. 프랑스를 떠올리면 즉시 바게트를 떠올릴 만큼 빵은 프랑스의 상징이자, 또한 그들의 식사에 한 끼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먹거리인데요. 때문에 빵집은 프랑스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가게가 되었습니다. 흔히 프랑스에서는 이 빵과 또 다른 한 가지를 일컬어 프랑스에서 쫓아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 나머지 한 가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빵 만큼이나 프랑스인들이 항상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그 것은 바로 ‘책’입니다. 출 퇴근 길에도, 여유 시간에도, 잠자기 전에도,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휴가를 준비할 때도 ‘책’은 그 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찾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디지털 시대가 활자매체를 사라지게 만든다고 한 예언은 프랑스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뿐만이 남은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아직도 유서 깊은 서점과 작고 특색 있는 서점이 파리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그 것은 하나의 명물로서 그 숨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다양한 예술 서점

파리의 대형 서점은 대학가 근처를 제외하곤 볼 수 없으며, 대부분 소규모의 서점들이 자신의 특성을 유지하여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문 책만을 취급하는 세익스피어 서점, 세계 각 국의 정원에 관한 내용의 책과 정원을 모티브로 한 시와 소설 등 정원에 관련한 모든 책을 취급하는 튈릴리 정원에 위치한 정원서점, 문학서의 초판이나 오리지널 에디션 등을 판매하는 클로드 뷔페서점 등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서점들이 파리에 존재합니다. 그 중 무엇보다 파리의 디자인&예술 서점은 서점이 가지고 있는 진부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파리의 핫플레이스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특히 갤러리, 유서 깊은 카페가 모여있는 쌩제르망데프레 지역에는 다수의 예술 서점이 사람들의 발 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 7L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사이, 미술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술 갤러리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작은 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깔끔하지만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이 담백한 모습의 서점 이름은 ‘7L’인데요, 이 서점의 주인은 바로 세계의 패션을 이끄는 칼 라거펠트입니다. 독서 광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디자이너라는 직업 외에도 사진작가, 광고 디렉터, 또한 출판인으로서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입니다.
그의 명성답게 서점은 현재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 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사진, 패션, 그리고 미술 분야의 다양한 서적들을 보는 것으로도 그가 얼마나 이 서점에 애정을 쏟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습니다.

- ASSOULINE
책을 단순히 읽는 재미가 아닌 소장의 의미로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애슐린(assoulin)’ 서점은 그야말로 리미티드 에디션만으로 채워진 쇼룸 같은 곳입니다. 애슐린 출판사의 직영서점인 이 서점은 디자인, 예술, 여행과 관련된 특색 있는 책들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책을 통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책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컨텐츠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책들이 온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유명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서적과 북 트렁크는 이 곳을 명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 la hune
애슐린 바로 옆 모퉁이에는 흰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2층짜리 서점 ‘ la hune’ 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애슐린’과 ‘7L’이 2000년대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는 트렌드세터들의 핫플레이스겸 현대적인 서점이라면, ‘la hune’은 196년부터 예술분야 서점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또한 앞의 두 곳이 서점인 동시에 자신의 출판사를 가지고 있는 개성 있는 서점이라면, 이 곳은 가장 클래식한 서점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 역사만큼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다양한 책들을 보유하고 있고, 직원들 역시 예술분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데요. 빈 벽 한 켠을 이용해 비디오 작품을 연속 상영하고 쇼윈도를 이용해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등 책이 가진 예술의 지식과 예술 작품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곳은 유일하게 밤 12시까지 영업을 함으로서 밤 늦도록 책을 찾는 사람들의 쉼터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파리 곳곳에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 예술 서점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책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예술서점은 단순한 서점을 벗어나 하나의 문화공간과 휴식공간임은 틀림없는데요. 독서의 계절, 가을. 종이 속 활자로 된 예술 작품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가방 안에 책 한 권이 기분 좋은 꿈으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