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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아트페어/fiac] 소비하는 미술 - 파리아트페어

당신이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고 또한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10월, 파리의 가을에 주목해야 할 것 입니다. 물론 파리는 예술, 문화의 중심지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도시이기 때문에 수 많은 행사와 전시가 일 년 내내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지만, 현재 추세의 예술 작품을 생생하게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적합한 시기인데요. 그 중심에 바로 파리 아트페어 ‘피악(fiac)’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아트페어, 피악(fiac)

피악은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세계 현대미술 박람회)’의 약자로서 1974년 바스티유 구 역전에서 현대 미술 활성화를 위해 프랑스 내 80개의 갤러리들의 참가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세계 각국의 참가와 미술 시장의 발달로 매 회 그 영향력을 넓혀나가 올 해로 35회를 맞았는데요, 현재 피악 아트페어는 바젤 아트페어와 시카고 아트페어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서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아트페어는 기본적으로 미술시장 경제의 활성화라는 기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개최되는 도시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 피악은 대중적이고 축제적인 성향을 가진 아트페어인데요. 그래서 피악 행사 기간에는 피악 뿐 아니라 파리 곳곳에서 다양한 아트 축제가 동시에 진행되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 축제 기간을 맞이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젊은 아트페어, 슬릭(Slick)

파리의 피악은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유명한 아트페어로서, 동시대에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계 활동에 대한 일종의 지표가 되는 행사임에 틀림없습니다. 반면 한편으로 이미 자리를 굳건히 매긴 유명한 갤러리들과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은 ‘시장’이라는 면에서 대중이 다가가기 어렵고 실험적인 부분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도 가지고 있는데요. 또한 높은 입장료로 일반인들이 피악을 향한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또 다른 아트페어가 파리의 한 쪽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는 젊은 아트페어 ‘슬릭(Slick)’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올 해 39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슬릭 아트페어는 피악 행사 기간과 동일하게 진행되며,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젊고 실험성있는 작품들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슬릭 아트페어는 문을 연지 10년 이하의 젊고 재능 있는 갤러리의 참여를 추구 함으로서 보다 신선한 젊은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작품 가격 또한 200유로선부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이 곳을 찾아 원하는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갤러리 나이트(gallery night)

아트페어 외에도 이 기간동안에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데, 그 중 파리지앵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행사는 ‘갤러리 나이트(gallery night)’ 입니다. 갤러리 나이트는 이름 그대로 피악 기간 중 하루를 지정해 파리의 갤러리들이 연합하여 8시부터 11시까지 문을 열고 다양한 행사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축제인데요. 이 날 갤러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생제르망 데프레 지역과 마레지역은 무료로 제공하는 갤러리 지도를 들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밤 새 붐빕니다. 갤러리의 문턱을 높게만 여기던 사람들도 이 날만은 활짝 열려있는 문을 드나들며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날은 전시 하고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 갤러리에 직접 참석하여, 일반인들과 작가가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작가와의 충분한 대화 후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크다는 점에서 갤러리 나이트는 갤러리 관계자와 고객을 둘 다 만족시키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한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들고 갤러리들을 순회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파리지앵의 모습은 이 축제의 특징적인 볼거리인데요. 파리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갤러리와 미술품의 불빛은 또 다른 파리의 전경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파리의 가을에는 여러 미술 행사가 피악 아트페어라는 큰 행사 기간에 맞추어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 기간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미술품의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시내 전체에 미술 장터가 열린다는 표현이 어울리기도 한데요. 다시 되팔기 위한 미술품 구입은 사치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 프랑스 시민들에게 미술품 구입은 사치가 아닌 여가활동입니다. 어떤이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는 소비의 형태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라 이야기하는데요. 그러하기에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컬렉터에게도 미술품을 곁에 두고 감상하고자하는 프랑스 시민들에게도 이 기간이 설레는 이유는 당연한 듯 합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