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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뱀이야기/우로보로스] 동양과 서양의 뱀문화

차가운 피부와 낼름거리는 혓바닥,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모양새 등 뱀은 우리에게 흔히 비호감에 속하는 동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오랜 옛날 뱀은 허물을 벗으며 영생하는 신비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2013년 계사년을 대표하는 뱀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동양의 뱀문화

한, 중, 일의 동아시아 문화권에 일찍이 자리잡은 십이지신(十二支神)은 방위와 관련된 시간신이자 땅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중 6번째 신(神)인 뱀은 불사, 재생, 영생을 상징하였으며, 땅에 붙어 다니는 모습과 한꺼번에 다량의 알을 낳는다 하여 대지와 다산, 풍요를 나타내기도 했는데요. 비록 신화와 민담 속에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남아있지만, 반대로 주술과 신앙의 중심으로 신성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국내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뱀에 얽힌 재미있는 신화와 풍습이 전해집니다. 뱀신앙이 존재했었던 제주도에서는 최근까지도 여성이 시집을 갈 때 뱀을 시댁으로 가지고 가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물할망’이라고 불렸던 뱀은 마을에서는 서낭신으로, 가정에서는 조상신으로 섬겨졌으며, 아이들이 뱀을 손가락질 하지 못하게 가르칠 정도로 귀한 존재였습니다.
황화유역에서 발생한 중국문화에서도 뱀은 신화적 존재로 등장합니다. 중국인들은 황하의 신이 눈 밑에 붉은 점을 지니고 네모진 얼굴에 황금색을 띤 뱀이라 여기며 숭배했는데요. 또한 일본의 건국 신화에서도 뱀은 신의 몸체로 등장하였으며, 수렵시대의 토기에도 역시 뱀의 문양을 그려 넣으며 주술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삼아왔습니다.

서양의 뱀문화

서양에서의 뱀에 관한 대표적인 인식은 명화나 그리스 신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의 그림 ‘원죄’에서는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그리고 뱀에 얽힌 기독교적 사상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인간을 꼬드겨 타락하게 만드는 악한 존재로 나타난 뱀은 북유럽에서 또한 악신 로키의 세 자식 중 하나로 묘사되며, 인간과는 어우러질 수 없는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우로보로스(‘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그리스어)라는 고대 상징물은 뱀을 시작과 끝을 잇는 철학적인 존재로 나타냈는데요. 이는 커다란 뱀(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원형 형태의 모습으로, 고대 그리스 지도에는 세계를 둘러싼 대해에 우로보로스가 함께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로보로스는 중세 연금술의 대표적인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헤르메스 철학에서는 이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적 물질로 보기도 하였습니다.
뱀에 관한 다양한 그리스 신화 중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실수로 죽인 뱀을 다른 뱀이 약초를 물고와 살려내는 모습을 보고 아스클레피오스는 감사와 속죄의 의미로 자신의 지팡이에 뱀을 휘감게 되었는데요. 이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연관된 영생의 의미까지 더해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현재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의료를 상징하는 마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동서양 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뱀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삶 속에 함께 해왔던 친숙한 동물이었는데요. 풍요, 영생, 의술 등을 상징해 온 만큼 2013년 계사년의 주인공인 뱀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