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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2만리/80일간의 세계일주/쥘 베른] 영상보다 실감나는 프랑스 공상과학소설

우리는 상상의 모습을 일컬어 판타지, 환상, 이상향이란 단어들을 사용합니다. 별 의미 없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던 이런 단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결과는 대중문학의 거장이라 불렸던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데요. 그의 대표작 ‘해저 2만리’와 ‘80일간의 세계일주’를 통해 단순한 허구를 넘어 미래를 예견하는 상상 이상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지의 바다를 개척하다, 해저 2만리

신비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 ‘해저 2만리’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여 년 전인 1869년 발표된 고전 과학소설입니다. 책 제목에 얽힌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해저 2만리라고 번역된 수치를 실제로 계산하면 무려 약 111,120km에 해당하는 거리라고 하는데요. 흔히 바다의 깊이로 오해 받고 있지만 실제는 2만 리그(영국에서 사용되는 단위계)에 해당되는 수치로서, 주인공이 총 항해한 거리를 뜻한다고 합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19세기 중반 괴생물체로 인한 기이한 해난사고를 시작으로, 바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신비스러운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쥘베른만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해저 2만리는 바다 밑 미지의 세계뿐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통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한 예로 중심 등장인물인 네모 선장의 이름 'Nemo'는 라틴어 아무것도 아닌 사람(Nodody)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미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20,000 Leagues Under The Sea, 1954]

“사랑하고 말고요! 바다는 아주 중요합니다. 바다는 지구의 10분의 7을 덮고 있지요.
바다의 숨결은 건강하고 순수합니다. 바다는 드넓은 황무지이나,
여기서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사방에서 고동치는 생명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바다는 거대하고 초자연적인 존재가 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바다는 움직임과 사랑 그 자체예요.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바다는 살아 있는 무한입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명작들이 그러하듯 해저 2만리 역시 아동용 번역본부터 SF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영역에 가지를 뻗어나갔는데요. 미국에서 만든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의 이름 역시 소설 속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이름을 따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또한 해저 2만리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해양생물들을 비롯한 바다의 모든 것들을 활자로 생생하게 보여주었는데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던 시기에 미지의 세계를 그려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여행, 80일간의 세계일주

[Around The World In Eighty Days, 1956]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봤을 법한 또 하나의 명작은 바로 ‘80일간의 세계일주’입니다. 이는 당시 18만 부라는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함과 동시에, 쥘 베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인데요. 비록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과학과 지식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완성시킨 프랑스 과학문학의 산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괴짜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우연히 세계일주를 80일만에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기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해저 2만리가 바다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전 세계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스펙타클하게 진행되는데요. 특히 반전이라 할 수 있는 결말은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소설로 인해 1889년에는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일어나게 되는데요. 미국 뉴욕의 한 신문사 소속 여기자였던 넬리 블라이가 소설의 주인공처럼 지구를 한 바퀴 돌겠다는 취재계획을 밝힌 것입니다. 여성인데다가 혼자서 세계 여행을 계획한 그녀는 주위를 만류에도 불구, 72일이라는 최단기간으로 세계일주 기록을 세우게 되는데요. 그녀는 여행 도중 쥘 베른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며, 이 후 그녀의 여행기를 다룬 책 '72일간의 세계일주' 또한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공상과 상상의 세계로 이루어진 쥘 베른의 두 소설 속에는 실제로 과학으로부터 얻은 지혜가 가득한데요. 과학자들보다 더 정확히 미래를 그려내 실제로 많은 부분을 현실화시켰던 그의 소설들은, 오늘날까지도 대중들에게 상상의 씨앗을 선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