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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작가/라이카/결정적 순간] 삶과 사진의 경계를 허물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이라 표현되고, '저명한 작품'이라 칭송 받는 사진이 있습니다. 정작 세상을 떠난 사진의 주인은 그것이 예술이며, 상품이며, 업적이라 분류 두지 않았는데요. 한 세기에 가까운 삶을 통해 ‘시간은 흐른다’는 또 다른 위대한 증거를 남긴 이. 그는 바로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입니다.

삶의 방향을 사진작가로 정하다

[FRANCE. 1968. Brie.] 

[SPAIN. 1933. Madrid.]

1908년 프랑스 샹틀루에서 태어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하 카르티에 브레송)은 섬유업계를 이어가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처음에 화가가 되기를 희망했던 그는 화실에서 그림수업을 배우며 이미지와 기타 예술에 대한 관심을 늘려갔는데요. 1931년경 우연히 사진을 접한 이 후 프랑스 각지와 스페인, 미국 등을 여행하며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영화에도 흥미를 보였던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영화제작에 몰두했는데요. 다큐멘터리 영화 <생명의 승리>를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에 포로로 끌려갔다 돌아 온 후 만든 영화 <귀향>까지 다방면에서 실력을 보였습니다. 또한 그는 사진 에이전시인 ‘매그넘’ 설립부터, 유명 사진집인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의 발매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는데요. 2004년 95세의 나이로 편안히 눈 감기 전까지, 소일거리로 그림을 그려나가며 위대한 예술가로서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포토저널리즘과 결정적 순간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도 불렸던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처음 사진을 접할 당시 구입한 라이카 카메라였습니다. 그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 황금열쇠와 같았던 이 카메라는 이 후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작업에 평생 동안 영향을 끼쳤는데요. 이렇게 특유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에 나온 사진들은 포토저널리즘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카르티에 브레송 역시 자신만의 특별함이 담긴 보도사진으로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BELGIUM. 1932. Brussels.] 

[GREECE. 1961. Cyclades. Island of Siphnos.]

“사진은 어떤 사실의 의미와,
그 사실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가리키는 형태의 엄격한 구성이
한 순간에 동시에 인지되는 것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천재적인 감각은 단순히 카메라에서만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얻어진 경험과 지식,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은 그와 카메라,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의 모든 것까지 혼연일체시켜 사진 속에 담아내었는데요. 이렇게 탄생한 ‘결정적 순간’은 카르티에 브레송의 모든 사진에 대해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단어로 자리하게 됩니다.

* 결정적인 순간: 렌즈가 맺는 상(像)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시간을 초월한 형태와 표정과 내용의 조화에 도달한 절정의 순간

한세기에 다다른 업적

1세대 사진작가로 불리는 카르티에 브레송은 실로 한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업적을 남겼습니다.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는 카르티에 브레송을 포함한 4명의 사진작가들이 공동 창립한 회사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가치를 추구했던 집단이었는데요. 사진을 통해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대중들에게 일깨워주며, 현재까지 세계적인 보도사진사들의 에이전트로 21세기 포토저널리즘을 대표해오고 있습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의 고향인 프랑스와도 많은 인연을 남겼습니다. 그는 1955년 당시, 생존하는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진전을 개최했으며, 1981년에는 프랑스 문화장관으로부터 사진분야 국립대훈장을 받았는데요. 그가 생을 마감했을 때,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자크 시라크는 “시대의 진정한 증인으로서 그는 정열적으로 20세기를 찍으면서, 자신의 범 우주적인 불멸의 시각으로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문명의 변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었다 “라는 추모 성명을 발표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런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았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진실로 빚어진 그의 사진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것입니다.

* 사진 출처: http://www.magnumphot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