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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패션/서양 복식사/패션의 역사] 가장 화려했던 시대에서 현재를 찾다

100년을 단위로 하는 긴 시간을 뜻하는 단어 ‘세기’. 인간이 최대 수명을 100년 전 후로 보기 때문에서인지 세기를 거친 다는 것은 대단함, 또는 매우 긴 오랜 세월을 뜻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세기’를 조명한다는 일은 실로 어마어마한 자료와 연구를 통해야 가능한 일이며,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한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같은 경험일 것입니다. 지금 파리에서는 이렇게 긴 세월을 무려 두번이나 거친 패션을 집대성한 것과 같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인간이 살아 온 역사 중 가장 화려한 복식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18세기, 19세기 패션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Fashioning Fashion’ 이 파리지앵의 이목을 이끌고 있습니다.

Fashioning Fashion

루브르 박물관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파리 장식디자인 박물관에서는 2013년 봄을 맞이하는 첫 전시로 ‘Fashioning Fashion’을 개최하였습니다. 이 전시는 이미 2년 전 미국 로스 엔젤레스 주립 미술관(County Museum of Art)에서 시작되어, 2012년 독일 베를린 역사 박물관을 거쳐 2013년 파리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3년에 걸쳐 쭉 인기를 얻고 있는 전시인 만큼 매우 잘 기획된 전시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1700년대부터 1915년까지 약 200년이 넘는 유럽 패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이 번전시는 LACMA의 기획 아래 옛 의복과 섬유 수집가인 마틴 카메르(Martin Kamer)와 울프강 러프(Wolfgang Ruf)의 수집품으로 이루어졌는데요. 개인 수집품으로는 믿겨지지 않는 방대한 양과 다양함은 한 나라의 복식 문화원의 전시를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시장은 오래된 옷감의 보존을 위해 조명을 낮추고 어두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분위기의 공간이 오히려 드라미틱한 공간을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 진열된 의복들은 실제 18, 19세기 귀족들이 착용했던 옷으로, 그 당시의 키와 몸매 조건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마네킹들에 입혀져 전시되고 있는데요. 특히 마네킹들에 의복 뿐만 아니라 함께 착용되었던 악세서리들이 함께 착용되어 있어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의복의 화려함에 집중하는 여타 다른 전시들과 달리, 이번 전시는 그 당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남성 계층의 의복도 자세히 다룸으로서 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의복양식을 비교하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과거에서 보는 현재의 패션

현대에 비해 지금으로부터 100년, 200년 전 의복은 동화책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다소 생소한 것이였습니다. 오늘날에 비해 다소 이질감이 들긴하지만,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의 패션이 지난 200년의 의복 역사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패셔너블하다는 남성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인 ‘댄디룩’은 이미 1700년대 후반에서 18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하던 스타일이였고, 현대에 와 ‘스키니’라는 스타일로 불리우는, 몸에 딱 맞아 다리의 실루엣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도 이미 1800년대 초에 생겨났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는’ 이번 전시의 목적을 잘 나타내고 있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나 꽃, 풍경을 하나의 모티프로 만들어 섬유에 반복해서 나열하는 형태나 각이 잡히고 볼륨이 들어간 어깨 모양 등은 지금 우리 시대가 열광하는 패션의 유행이 이렇게 많은 세기를 거쳤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전시를 보고 나서는 길에 화려함은 단순히 휘황찬란한 것을 의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또한 수 많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음을 은유적으로 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거꾸로 가지 않는 것처럼, 200년 전 패션에서 현재의 패션을 보았다고 그 것을 후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을텐데요. 이 것은 또 다른 진보의 영역으로 이해되고 해석되어 새로운 패션트렌드를 꿈꾸는 현재의 모습일 것입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