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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여자의 일생/벨아미] 자연주의 명작들이 전하는 현실적 이야기


일생 전부를 역사의 연대기처럼 펼쳐놓고 볼 수 있다면 아마도 어떤 이의 인생도 완벽하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호사다마의 이치, 그것은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좋은 것만 찾는 인간의 본성에는 사뭇 모순되는 것인데요.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이 남긴 다음의 두 작품 속에는 누구의 인생이었을지도 모르는, 삶의 다양한 이면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한 여성의 불행한 인생, 여자의 일생


모파상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여자의 일생>은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힙니다. 소설이 처음 출간 될 당시 외설적인 묘사가 들어간 파격적인 내용이었음에도 불구, 6개월 만에 약 2만부라는 놀라운 판매기록을 세웠는데요. 단편작가로만 불리던 모파상은 6년에 걸쳐 작업한 이 작품을 통해 더욱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여자의 일생>은 ‘잔느’이라는 한 여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이할 것 없는 집안에서 자란 ‘잔느’는 지루한 생활에 지겨워 하던 중 ‘줄리앙’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와 결혼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곧 꿈꾸던 결혼생활과 정반대인 온갖 시련들이 겹치게 되고, 그녀는 환멸이라는 감정만을 느끼며 늙어가게 됩니다. 소설의 마지막, 나이든 잔느는 우여곡절 끝에 얻은 손녀를 품에 안고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가 봐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그녀의 인생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비롯해 삶의 허무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Une Vie, End Of Desire, 1958]

이 소설은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자연주의에 반대하던 평론가들에게까지 감동을 주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모파상의 자연주의적인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톨스토이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는데요. 후에 <여자의 일생>은 자연주의에 이어 나타난 사실주의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모파상의 스승이었던 플로베르의 대표작 <보바르 부인>과 함께 19세기 프랑스의 대표 명작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 소설의 원제( Une Vie)를 직역하면 ‘어떤 생애(일생)’이라는 뜻

한 남자의 욕망 어린 인생, 벨 아미


모파상의 몇 안 되는 장편 소설 중 하나인 <벨 아미>는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한 남자의 성공을 향한 집착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여자의 일생>과 더불어 지극히 사실적인 문체로 쓰여진 이 소설은 타락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데요. 남성의 사회적 특성을 비롯해 작가 자신의 욕망 또한 반영된 자기 고백적 소설로도 여겨지는 문학작품입니다.


소설의 제목인 <벨 아미>는 ‘아름다운 남자’라는 뜻으로 주인공 조르주 뒤르와의 별명을 뜻합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군인 출신 뒤르와는 잘나가는 친구를 통해 출세를 꿈꾸게 되고, 사교계의 여자들을 이용하며 점차 높은 지위에 오르는데요. 외적으로는 완벽하지만 내면으로는 부도덕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냉정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Bel Ami, 2012]

모파상의 작품 중에서도 파격적이며 매력적인 스토리로 평가 받는 <벨 아미>는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히로인 로버트 패틴슨이 조르주 뒤르와역을 맡아 전형적인 나쁜남자 캐릭터를 생생하게 연기했는데요. 19세기 파리의 사교계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모파상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감정적인 대사로 표현된 재미 역시 느낄 수 있습니다.

순수한 자연주의자로 불리는 모파상은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그대로의 인생을 문학작품 속에 담아 내었는데요. 실감나게 다가오는 두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현실은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