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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인/랭보/폴 베를렌]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의 불꽃처럼 강렬한 만남

[프랑스 두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토탈 이클립스>]

'뜨겁게 사랑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애증 섞인 결말'. 영화 <토탈 이클립스, 1995>의 줄거리이자, 소개해드릴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폴 베를렌의 만남이라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짧고 강렬했던 천재 시인 랭보와 시인의 왕 폴 베를렌의 스토리 속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아르튀르 랭보와 폴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1891)는 폴 베를렌과 함께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이지만, 시 인생은 5년 정도로 길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문학에 대한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그는 15살에 프랑스 문단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종교적 성향에 대한 회의적 시선과 시적 대상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문단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www.larousse.fr]

그런 랭보의 시를 사랑했던 거장이 바로 폴 베를렌(Paul Verlaine 1844~1896) 입니다. 폴 베를렌 역시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상징주의 대표 시인으로, 프랑스 문단에서 '시인의 왕'이라 일컬음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았는데요. 삶에 대한 이상을 좇으며 시 세계를 구축해 가던 베를렌은 랭보를 만나면서 자신의 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불꽃 같은 만남의 비극

[영화 <토탈 이클립스>의 한 장면]

이 천재 시인들의 만남은 랭보가 보낸 편지에서 시작됩니다. 랭보는 당시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대표 문인들을 접촉하고 있던 시기였는데요. 그러던 중 폴 베를렌에게 발송된 랭보의 시와 편지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를 계기로 랭보는 파리에서 폴 베를렌을 만나게 됩니다. 당시 이혼위기에 처해있던 폴 베를렌은 랭보라는 신선하고 젊은 뮤즈의 만남을 통해 잊고 있던 삶의 이상을 찾게 되는데요. 이에 둘은 벨기에와 영국 등을 유랑하며 동성애가 죄악시되었던 시절에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문학에만 집중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었고, 랭보를 사랑하지만 가정에 대한 미련을 미처 버리지 못한 폴 베를렌은 결국 랭보와 불화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을 구속한다고 느낀 랭보는 그의 곁을 떠나려 하지만 이를 허락하지 않던 폴 베를렌이 권총을 들어 랭보의 왼손에 상처를 내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폴 베를렌은 2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비극을 낳게 됩니다.


이 사건 이후 랭보는 다시 작품을 발간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마지막으로 문단을 떠나게 되는데요. 긴 방랑생활을 하다가 얻게 된 병으로 37세의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이하게됩니다. 폴 베를렌 역시 2년간 복역 후 문단에 시선을 끌며 다시 화제의 시인으로 자리매김하지만 생활고와 음주 생활로 인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랭보와 폴 베를렌의 만남은 비극적인 결말로 각자의 위치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그들의 업적은 프랑스와 상징주의를 대표하며 다양한 문학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득과 실이라는 삶의 양면성을 안아가며 서로를 빛냈던 두 시인의 일화는 역사속의 또 다른 교훈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