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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프랑세즈/프랑스극단] 프랑스에 존재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1680년에 문을 열어 33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세계에서 오래된 극장 중의 하나. 바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코메디 프랑세즈입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축적된 전통과 예술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라는 수식어를 뒤따르게 하는데요. 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문화적 재산과 그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거쳐 간 코메디 프랑세즈에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극장


<돈 주앙>, <타르튀프>, <인간 혐오자> 등 최고의 희곡을 쓴 극작가 몰리에르가 그를 총애하던 루이 14세의 칙령을 받아 설립한 코메디 프랑세즈. 예술을 특별하게 사랑하던 루이 14세는 몰리에르 극단과 부르고뉴 극단을 통합시켜 코메디 프랑세즈를 세운 후 파리 독점 상영권과 연금 등을 수여하며 1689년 국립극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몰리에르가 쓴 작품들을 얼추 훑어봐도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에는 계몽주의적이면서도 날카로운 풍자가 섞인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이러한 성격의 몰리에르 작품들은 코메디 프랑세즈 초기의 주요 레퍼토리였습니다. 극단 초기의 몰리에르 작품의 성격이 짙게 나타나서인지 현재까지 코메디 프랑세즈는 몰리에르의 집이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실제로 극장 내부에 들어가면 몰리에르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고전적인 작품과 그 전통을 고수한 몰리에르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뿌리이자 역사나 다름 없음을 보여줍니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명성에 걸맞게 기품있고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프랑스 파리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현재의 극장 건물은 1900년 화재 후 개축한 모습인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몰리에르의 다양한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역사적인 상징물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습니다. 내부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물론 야외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넓은 광장은 예술과 문화를 즐기는 여유로운 프랑스의 정취가 함께 뒤섞여 파리 최고의 공연장으로 손꼽힙니다.

배우의, 배우에 의한, 배우를 위한


많은 배우들은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사는 것을 상당한 영광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전통과 역사가 있는 곳에서의 연기라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가 된다는 것은 자주적인 입장에서의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자주적인 입장이라는 말은 정식 단원으로 임명되는 모든 과정이 극단에 속한 동료들에 의한 선출을 의미하는데요. 정단원으로 선출되는데 제일 중요한 기준은 바로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함께 연기와 호흡을 맞춰온 동료 배우들에 의한 추천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극단의 명성을 유지하는데 무척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의 임의적인 선출이 아닌 함께 연기를 함께하면서 그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민주적일 뿐 아니라 극단의 연기 실력과 연극의 퀄리티를 함께 성장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매년 300회 이상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 명문 극단답게 바쁜 스케쥴로도 유명한데요. 수많은 공연들이 빼곡하게 스케쥴에도 모두가 즐겁게 임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의사결정이 배우들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코메디 프랑세즈에는 예술감독은 물론 상임 연출가도 없다는 것이 무척 이색적인 부분입니다. 총괄 감독 없이 배우들 간의 의견과 배우들의 뜻에 따라서 운영이 된다는 점이 그 어떤 전통 극단들보다도 돋보이게 하는데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연출가들과 감독들을 초빙하여 그에 걸맞는 연극을 완성하는 식으로 스케쥴을 진행하는 것이 코메디 프랑세즈의 방침입니다. 연기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지닌 배우집단과 명성 높은 연출가의 조합. 이것은 극장을 찾는 많은 관객들에게 흥분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요건입니다.


연극이라는 장르는 배우들에 의한 예술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배우들에 의해 진행되는 연극무대는 무척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또 생각처럼 쉽게 이뤄지는 일은 아닌데요. 30편 이상의 다양한 레퍼토리, 그리고 새로운 무대와 뜨거운 열정. 그리고 이러한 전통을 지속하고자 하는 그들의 자존심이 오늘날의 코메디 프랑세즈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