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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프랑스 발레] 이 시대가 사랑하는 각국 최고 여자무용수, 강수진 vs 실비 길렘


[르 펠르티에 가 오페라 극장의 무용 연습실(1872), 에드가 드가]

무용, 그중에서도 발레는 인간의 고통과 한계를 뛰어넘는 감동과 에너지로 시간이 지나도 찬사와 관심을 받는 분야라 볼 수 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클래식 발레는 물론 현대 무용까지 섭렵한 여성 무용가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발레리나 중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전설이자 신화로 불리는 한국의 강수진과 프랑스의 실비 길렘이 그 주인공입니다.


6시 자세, 실비 길렘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나라에서는 최고의 스타로 불리는 프랑스 대표 발레리나 실비 길렘. 그녀는 최고의 클래식 발레리나이자 현대 무용수로서 명성이 대단합니다. 파리에서 태어나 체조선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발레단 예술 감독의 눈에 띄어 발레리나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발레를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그녀는 발레리나로서 가지는 최고의 명예를 얻게 됩니다. 그 당시 실비 길렘의 나이는 19살로 350년의 오랜 전통을 가진 프랑스 발레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72cm의 큰 키와 길쭉한 팔다리, 유연한 몸 돌림과 발등 라인으로 보았을 때 발레리나로서 가장 완벽하다 할 수 있는 몸매를 가진 실비 길렘. 그녀가 발레리나로서 큰 화제와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 계기는 일명 “6시 자세”라고 불리는 동작 때문입니다. 왼발을 귀에 가져다 붙이는 듯 자신의 다리를 직선화해 힘 있고 정확한 동작을 완성해내는데요. 타고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정형화되지 않기 위해 몸짓을 다양하게 표현하며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추구했습니다. 언제나 실험적이면서도 도전적으로 자신의 몸을 통해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기에 오늘날까지 큰 박수를 받고 있는데요.

한편 그녀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발레리나로서 최고의 영예를 얻으며 활동을 하던 때 6시 자세는 기형적이라 느껴질 만큼 인간으로서의 벽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몸짓을 발레라는 하나의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새로운 무용을 통해 인간의 몸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몸짓을 선보이며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혼을 담은 연기, 강수진



발레리나 강수진은 우리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열정, 노력, 끈기, 도전. 이러한 단어들의 상징성을 가지게 된 계기는 토슈즈를 벗은 그녀의 발이 화제가 되면서 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절과 마디가 돌출된 그녀의 발은 여성의 발이라고는 믿어질 수 없을 만큼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발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녀에게 우리는 관심과 이목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무용을 처음 시작하다가 17살에 발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녀는 시작하자마자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발레의 종주국인 유럽에서 동양인으로서 험난한 시작을 한 그녀는 스위스 로잔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최초 동양인 단원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7년 동안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몸을 담으며 현재 수석 발레리나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동양인 최초이자 최고라는 타이틀을 경신해 갑니다. 동양인 최초로 독일 ‘캄머 탠처린(kammertanzerin)이라는 이름의 궁중 무용수로 발탁되며 우리나라로 치면 인간문화재이자 장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현존하는 최고령 클래식 발레리나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일화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루 15시간 이상씩 연습했던 그녀는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다가 발이 아파 쇠고기를 토슈즈에 넣고 연습을 했다는 일화는 물론, 자고 일어난 후 몸이 개운하면 그날의 연습 강도는 전날보다 몇 배씩 강화해 자신의 몸에 대해 잔인하고 냉정했다는 일화까지. 이러한 수많은 일화는 그녀가 얼마나 연습에 지독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애절한 몸짓으로 드라마틱한 발레를 선보이기 위해 아픔을 참았을지를 짐작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무대 위 모습은 더욱 감동을 더해주는 것 아닐까요.


자신의 고통을 감추되 아름다움과 순수함 그리고 섬세한 몸짓을 표현해야 하는 무용, 발레. 발레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며 몸짓을 표현해온 그녀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데요. 자신의 몸을 이용해 한계를 뛰어넘으며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무용을 보여주는 실비 길렘과 아름다운 선과 풍부한 감정, 그리고 남다른 노력과 열정으로로 감동을 더해주는 강수진. 두 명의 무용가는 최고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무용수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