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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people

[김현정 작가/내숭이야기] 트렌드를 그리는 한국화가, 김현정


만화, 일러스트, 조각 등 갖가지 미술분야에서 시각적으로 대중을 끌어당기는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여기 한국화라는 전통 미술을 새롭게 해석하며 매 전시 때마다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화가가 있는데요. 자신의 진심이 담긴 내숭이야기로 한국화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화가, 김현정을 루이까또즈에서 만나보았습니다.


김현정의 또 다른 이름표, 한국화가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20여 년 동안 김현정 작가에게 그림은 곧 가족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현재 안양예고에 출강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매 순간 느끼는 행복감을 학생들과 공감하고 싶다고 전했는데요.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대중들도 미술을 더 편하고 가깝게 느끼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그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는 그녀지만, 그녀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동양화와 더불어 경영학을 전공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타과 전공 수업을 듣던 중 경영학에 큰 매력을 느꼈다는 김현정 작가는 ‘왜 대부분의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라는 의문의 답을 경영학을 통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나아가 보다 국내의 미술 시장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동양화와 경영학이 자신의 전공이 된 계기였음을 이야기했습니다.

<Interview>

Q. 동양화라는 미술 분야를 익숙하게 찾지 않는 현시점에서 작가님의 그림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트렌드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 같은데요. 현시대를 한국화가, 특히 동양화를 그리는 화가로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많은 예술적 책임감을 느끼실 거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에게 손수 쓴 편지나 이메일, 그리고 쪽지로 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귀한 의미가 담겨있는 편지를 읽을 때면, 늘 감사함을 느끼고 또 초심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만의 만족으로 그림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저의 그림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발전하는 작가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화가로서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의 접촉을 통해서 그 입지를 넓혀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대중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은 김현정만의 특별한 오브젝트라던지 코드가 있을까요?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축약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운 미술, 난해한 미술 같은 딱딱한 키워드 보다는 보다는 '내숭시리즈'처럼 위트있고, 대중과 소통하는 그림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많은 청춘들에게 조언이나 희망의 메시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언이라기보다는 저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간절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면 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해주실 수 있는 평범한 메시지이기도 해요. 어려운 시기는 늘 다가오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꿈과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을 기억하며 매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좋은 순간이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모두들 같이 힘내요!

한 폭의 그림에 담아내는 그녀의 스토리텔링


김현정 작가의 그림은 ‘자화상’, ‘인물화’, ‘수묵화’ 등 다양한 키워드로 불리는데요. 이렇게 그녀의 그림을 나타내는 여러 단어 중 가장 흥미롭고도 중점이 되는 것은 바로 ‘내숭’입니다. 그녀는 ‘내숭시리즈’라는 연작을 통해 자신의 내, 외적인 많은 이야기는 물론 현대의 트렌디한 감성들을 화폭에 펼쳐놓았는데요. 일상과 맞닿은 소재들을 전통적인 기법으로 풀어내며 동양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숭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한복을 입은 여성과 현대적 문화가 독특하게 어우러진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푸드를 먹거나, 쇼핑백을 한 아름 들고 가는 등 그림 속 행동은 현대 여성의 일상을 보는 듯하지만, 항상 인물은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있는데요. 김현정 작가는 여성이 입은 한복은 ‘통념에 대한 충격’을 시사한다며 한복의 치마폭을 수묵으로 표현하는 것은 더 넓은 의미를 포괄하기 위함임을 설명했습니다.

<Interview>

Q. 고상함과 동시에 비밀스러움을 가지는 한복이라는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서 누드화 위에 한지를 사용해서 콜라주를 하는 과정을 거치신다고 알고 있어요. 다양한 채색방식과 표현방식이 존재하는데 이 방식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혹시 있나요?

우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과 표현방식이 잘 맞는다고 생각이 들어 시작하였어요, 또 그다음으로는 저의 선호도와 연결되는데요. 이 그림을 구상하던 때에 한지제작 장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었고, 또 의류학을 부전공할 정도로 패션에 관한 수업을 많이 듣고 있었어요.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후에 ‘넓은 치마폭 속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먹으로 염색한 얇은 한지를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한지의 서걱거리는 질감이 한복의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지로 콜라주 작업을 했죠. 그 외에도 한지를 콜라주 할 때는 직접 제작한 삭힌 전분 풀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재료를 통해 작업을 해보았어요. 현대적인 소재를 그리면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제가 아마도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작품보존을 하시는 교수님께 직접 배운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요즘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작품이 10년 20년 후에는 보존이 어려운 작업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한지의 역사는 인류문명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역사가 깊은데요. 그만큼 전통방법을 고수한다면 2000년 이상 긴 세월 동안 보존이 가능하므로, 더 고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한 부분들이라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화폭에 담아내신 점이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간혹 눈썹을 그리는 모습이라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모습들이요. 대중의 입장에서 이러한 포착력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일상이 작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간략히 알 수 있을까요?

우선 인물의 스케치를 합니다. 이때에는 저를 모델로 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그에 기초하여 누드로 인물의 자세와 소품 위주로 표현합니다. 이때는 특히 얼굴과 머리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는데, 머릿결을 그릴 때는 숨을 참은 채로 한 올 한 올 그려야 하기 때문에 많은 수련을 필요로 해요. 그다음 저고리 부분은 한지로 콜라주를 하고, 치마 부분은 수묵으로 농담을 주어 표현합니다. 치마를 수묵으로 표현할 때에는 담묵으로 여러 번 칠하고 때로는 몰골법으로 번짐만으로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농담과 번짐을 일으키는 작업도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저고리 콜라주는 한지를 찢어서 풀로 붙이는 데 붙이는 방식에 따라서 문양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콜라주에 쓰이는 한지는 염색된 한지를 사용하거나 제가 배운 염색기법에 따라 직접 염색하여 사용하는데, 제가 직접 염색하는 경우 문양과 색상표현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이를 선호합니다.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작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Q. 작가님은 동양화 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계신데요. 그만큼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이어질 작가님의 활동을 살짝 공개해주세요.

내년 2014년 6월 18일부터 7월 1일까지 인사동 가나 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1층)에서 2주간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작업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내숭’ 작업을 지속할 계획인데요, 현재 ‘내숭’ 작업의 새로운 창작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이것을 잠정적으로 ‘내숭올림픽’이라고 이름 지었는데요, 올림픽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변화와 진화된 경기라면, 내숭올림픽에서는 현재 21세기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운동으로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둘째로, 소셜 페인팅이라는 장르를 열어보고 싶어요.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소셜 페인팅은 대중과 작가가 함께 하나의 페인팅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하고 함께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도 하는 것 인데요. 이는 다른 면에서 보면 참여 미술의 연장이 될 수도 있으며 모두가 하나의 작품을 가져보는 경험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고 있답니다.

김현정 작가는 평소 그림 작업 외 블로그 및 SNS 활동도 활발히 하며 관객들과의 소통을 꾸준히 이뤄가고 있었는데요. 타 예술분야에 비해 호응을 얻기 어려운 미술 분야를 SNS와 같은 효과적인 매체를 통해 더욱 알리고 누구나 즐길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소망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 소셜 페인팅: 페인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제안하거나 혹은 페인팅을 직접 이어 그려 참여하는 모두가 함께 드로잉을 완성해나가는 것

*김현정 작가 블로그 바로 가기: http://artistjunga.blog.me/

그녀의 스타일&가방 속 아이템

 

평소 화이트 컬러를 좋아한다는 김현정 작가는 루이까또즈 인터뷰 당일에도 화이트 컬러의 이너와 블루 계열의 아우터와 루이까또즈 토트백을 포인트로 매치, 페미닌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한복 역시 자주 착용하는 그녀는 한국 고유의 선과 색, 문양이 살아나는 한복과 장신구를 정말 좋아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김현정 작가의 가방 속에는 그녀의 작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아이템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내숭시리즈’ 작품이 프린트된 명함부터 엽서, 그리고 그녀의 개인전에서 곧 만나볼 수 있다는 휴대폰 케이스까지 다양했는데요. 또한, 전시일정 및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빼곡히 기록해둔 수첩들도 그녀의 열정 어린 모습을 잘 보여주는 소품이었습니다.

전통과 트렌드 사이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화가 김현정. 과감하면서도 신선한 그녀만의 소통 방식은 내숭이야기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는데요.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진솔하면서도 발칙한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기대됩니다.

* 김현정 화가와 함께한 루이까또즈 가방 : HH3TL02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