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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파리 박물관]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문 – ‘Musée des Arts forains’


상상의 나라로 안내하는 마법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지 않은 법입니다.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문이 열릴 때, 그 시기에 맞춰 그 문을 발견하는 자가 비로소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라를 경험하게 됩니다. 파리 도심 속 한편에는 그런 마법 같은 문이 존재합니다. 일 년에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모든 이들에게 상상의 나라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곳. ‘Musée des Arts forains’가 지금 문을 열고 상상의 주인공이 될 관객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와인창고의 변신



파리 13구, 복잡한 건물 사이에 조용하게 자리 잡은 중세 분위기의 창고건물이 눈에 띕니다. 이곳은 옛날 와인을 보관하던 창고로, 지금은 덩굴나무에 휩싸여 마치 마법에 걸린 건물처럼 시간이 멈춘 듯 그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 Louis-Ernest Lheureux가 설계한 건물로서 알려져 있습니다. 와인을 저장했던 오크의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이곳은 지금은 ‘Musée des Arts forains’란 이름을 달고 마법의 창고로 변해있습니다.


1996년에 문을 연 이곳은 1850년부터 1950년까지의 ‘놀이동산’과 관련한 수집품이 모여있습니다. 골동품상이자 연기자였던 Jean-Paul Favand은 35년 여간 회전목마를 중심으로 경마놀이, 오르골 등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환상에 연결되는 수많은 오브제들을 모아 박물관이란 이름 하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입에서는 자연스레 환호성이 터집니다. 아이들의 눈은 왕사탕처럼 커지며, 어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환상’ 그 세계로 가는 문으로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꼭 가봐야 할 비밀스러운 공간



이곳은 이미 파리에서 꼭 가봐야 하는 특별한 박물관 중에 종종 뽑히는 장소이지만, 하지만 언제나 문이 열려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은 더욱 비밀스럽게 여겨지곤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한 해가 저무는 연말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연초, 딱 열흘 동안만 대중들은 그 문을 노크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환상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이 환상의 축제 기간 동안은 서커스나 인형극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그 매력을 배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곳이 항상 닫혀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기간을 제외한 다른 기간동안에도 40인 이상의 단체관람객들을 위해 예약제로만 문을 열고 있기 때문에 일반 개인 관람객들이 실제로 이곳을 느껴볼 수 있는 때는 바로 ‘환상의 축제’기간 뿐인 것입니다.


개인의 즐거움이 되었던 수집품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마법의 문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즐거움은 수십 배가 되어 박물관 안에 있는 수 많은 오브제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모두가 들뜨고 즐거운 이 짧은 시간에만 박물관의 문이 열리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환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