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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frenchinfrance

[프랑스 예술가/저널리즘 포토그래퍼/루이까또즈] 카메라와 평생을 함께해온 거장, 포토그래퍼 레이몽 드파르동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로 간단히 원하는 이미지를 갖게 된 우리의 삶은 어느새 방대한 양의 이미지 속에서 그 소중함을 잊은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쉽고 간편해지긴 했지만, 진정성을 잃은 이미지 시대에서 본질적인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그 길을 지켜온 프랑스 거장은 삶의 진실과 다양한 풍경을 촬영하며 인생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합니다.


삶의 증인, 레이몽 드파르동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레이몽 드파르동. 하지만 그는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포토그래퍼입니다. 저널리즘에서 시작하여 영화제작에 이르기까지 필름을 이용하여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저널리즘포토그래퍼 협회인 ‘매그넘’의 회원이기도 했고 <TIMES>나 <NEWS WEEK>와 같은 거대 잡지사에 보도사진을 제공하던 뉴스통신사 ‘감마 에이전시’의 설립자이기도 했던 그는 화려한 이력이 말해줄 수 없는 사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진 포토그래퍼입니다.


12살 때부터 카메라를 조작하기 시작했다는 레이몽 드파르동은 카메라를 일찌감치 시작한 이유는단순히 촌동네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밝힙니다. 마을 사진관의 어시스트로부터 시작하여 유명 인사들과 스타들의 생활을 쫓아다니는 파파라치로 활동하기도 했고, 알제리 전쟁에 참전하며 전쟁 르포를 촬영하기 시작한 그는 이후 감마에이전시를 설립하면서 저널리즘 포토그래퍼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정치와 이념의 분쟁 현장 가운데서 그는 단순한 현장 포착과 Fact를 보도하기 위한 목적을 뛰어넘어 작가의 관점이라는 새로운 저널리즘 성격을 제시하며 역사의 현장을 대변하는 인물이자 저널리스트로 부상합니다.

레이몽 드파르동이 단순한 포토그래퍼로서가 아닌 저널리스트로서 인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프리카 차드에 반군에 의해 인질로 잡혀있던 프랑스 고고학자 클로스트르와의 인터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군 지도자들에게로부터 허락받고 그와의 인터뷰로 프랑스 메인 뉴스에 방영되어 3년간 억류되었던 그를 석방 시키기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이 사건은 이후 일명 ‘클로스트르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레이몽 드파르동이 저널리스트로의 가치와 투지를 입증하는 계기로 자리 잡습니다.

성찰적 다큐멘터리



레이몽 드파르동의 시작은 카메라로 현장을 뛰는 저널리즘 포토였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적 성격을 부여하며 필름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제작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얀 팔라치>라는 이름의 12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작으로 그는 이후로 미국식 다이렉트 시네마 형식을 이용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식 다이렉트 시네마형식은 특별한 영상미보다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실제적인 접근방법을 통하여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저널리스트였던 레이몽 드파르동과 가장 어울리는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한 스킬이나 방법을 가미한 화려한 영상이라기보다 다양한 대상들의 평범하고 우연한 상황들을 연쇄적으로 나열하여 특별하고 드라마틱함 대신, 진정성 있는 장면들을 고스란히 살려내 결과적으로 평범함으로 획득되는 특별한 감정선을 연출한 것이 특징입니다. 뿐만 아니라 평범하고 우연한 상황들이기에 우리가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작은 제스쳐와 행동에 대해서도 전달받는 대중은 다양한 메시지와 느낌을 공유하며 오히려 평범함이 강렬한 느낌으로 대비되는 효과까지 얻게 됩니다. 드파르동의 이러한 다큐멘터리는 그가 기존에 펼쳐왔던 포토그라피에 비해서 감성적인 면모를 취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무엇보다 사실이라는 측면에 입각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레이몽 드파르동의 자전적이고 성찰적인 다큐멘터리는 2013년 6월 그의 제작에 의해 완성된 <프랑스 다이어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농촌을 벗어나고 싶어서 카메라를 집어 들었지만, 그가 다시 돌아간 곳은 자신의 고향이었던 농촌이었는데요. 담담하게 삶의 일면을 숨죽여 촬영하는 노인은 삶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하며 여행을 떠납니다. 전설적인 포토그래퍼이자 저널리스트였던, 그리고 감독이기도 했던 그는 소박한 삶의 단면을 통하여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