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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가/라 마르세예즈/루이까또즈] 프랑스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 작곡가 루제 드 릴

한 나라의 정신을 대변하는 국가(國歌)는 그 나라의 역사와 사상을 담고 있기에 강한 상징성을 띱니다.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왠지 모를 애국심이 생겨나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프랑스에도 “마르세유의 노래”라는 이름의 국가가 존재하는데, 타 국가와 다르게 조금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군인에 의해 작곡된 국가라는 점입니다.


군인, 루제 드 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 즉 마르세유의 노래는 처음 만들어진 1792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논란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진 국가로 꼽힙니다. 처음 이 곡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만든 작곡가로 인해서 논란이 따랐으며, 현대에 와서도 가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이 국가를 작곡한 루제 드 릴은 한 소대의 공병 대위 출신으로 특출한 재능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그저 작은 취미로 음악을 하며 자기만족을 위해 작곡을 해오던 그에게 군에서 함께 부를 진군가를 작곡해달라는 요청이 오는데요. 마르세유의 노래는 프랑스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군과의 전쟁을 위해 준비하던 중 새로운 진군가로 부르기 위해 작곡된 것입니다. 하루동안 어렵지 않게 곡을 작곡한 루제 드 릴은 군 고위직 인사들에게 곡을 발표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게 되는데요. 지극히 평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루제 드 릴이 항상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귀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에 ‘드(de)’를 붙여 칭했기 때문인데요. 프랑스에서 이름 사이에 ‘드(de)’가 들어간다는 것은 귀족이자 혈통 있는 가문임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루제 드 릴의 진군가가 처음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게 된 곳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였습니다. 우연히 그의 곡 사본 하나가 마르세유 출정식에 유입되었고, 이후 공식적으로 불리우며 프랑스 의용군들에 의해 점차 입소문을 타게 되는데요.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 유행가처럼 퍼져나간 루제 드 릴의 곡은 1879년 프랑스 국가로 선정되기에 이릅니다.

혁명을 싫어했던 작곡가



루제 드 릴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는 많지 않지만, 자료들을 토대로 유추해 볼 때 그는 꽤 소시민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비춰집니다. 현실은 귀족의 삶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음에도 자기 스스로는 귀족의 삶을 지향했고, 군인이었지만 애국심이나 군인 정신 역시 그다지 투철하지 않았기에, 진군가를 작곡한다는 사명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곡을 작곡할 때에도 큰 고민 없이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써내려갑니다. 그의 성향이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쪽에 가까웠음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이유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루제 드 릴의 긴 인생 속에서 마르세유의 노래는 가장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며 군인으로서 조용하게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마르세유의 노래가 혁명을 지지하는 군중들에 의해 불리게 되면서 혁명이라는 상징성을 띄게 되자 그의 삶은 본인이 원하던 현실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데요. 혁명을 주도한다며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국민들에 의해 불리는 자신의 노래가 싫어 불평을 늘어놓았다가 죽음 직전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속성으로 작곡한 노래가 그의 삶 속에 커다란 굴곡을 만든 셈인데요. 노래 한 곡으로 굴곡진 인생을 보낸 루제 드 릴은 반대로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의 이름이 다시금 재조명 된 것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다시금 마르세유의 노래가 전국에 울려 퍼졌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국가를 작곡한 사람이지만 특별하고 의미깊은 역사적 기록도 없고, 위인으로 지칭되지 않았던 루제 드 릴. 작곡 당시 의도가 어떠했는 지 알 수는 없으나 그의 곡은 군인들과 혁명군중들의 마음에 불씨를 피웠고 프랑스 자국민의 힘으로서 자유를 이룩하게 하는 큰 밑거름이자 열정이 되었는데요.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지만, 혁명이라는 것은 커다란 대의에서 오는 것이 아닌 열정을 불태울 계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