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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다리/알마교/미라보 다리] 이야기가 있는 프랑스의 다리들 소개

전라북도 남원 광한루에 위치한 오작교는 춘향이와 이 도령이 사랑을 나눈 장소이자 견우와 직녀를 연결하는 상상의 다리로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이처럼 어떤 장소나 지역에는 그곳에 어울리는 이야기와 사연이 있어 그 장소를 더욱 독특하게 합니다. 프랑스에도 이러한 특별한 이야기와 사연이 숨겨진 다리들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영국 황태자비의 마지막, 알마교



이 시대의 신데렐라이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회자되는 그녀. 영국 황태자비 다이애나비입니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묻어있는 곳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로 알마교인데요. 그녀가 애인과 함께 프랑스에서 여름 바캉스를 즐기고 있을 때 파파라치들의 집요한 추격을 피하려고 과속 주행을 하던 중, 알마교 교각에 차를 심하게 부딪치게 됐고, 가십거리를 찾은 파파라치들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응급처치조차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녀가 찾은 프랑스에서의 여름 바캉스가 마지막 바캉스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녀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으로 오늘까지 8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그녀를 그리워하는 많은 추모객이 프랑스 알마교를 찾고 있습니다.


그녀가 잠든 알마교 근처 알마 광장에는 “자유의 불꽃”이라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사실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미국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과 같은 사이즈로 제작된 기념비인데요. 그녀의 죽음 이후 “자유의 불꽃”은 미국과의 관계를 위한 상징물이 아닌 그녀가 살고자 했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의미로 해석되어 다이애나비를 추모하는 기념비로서 역할이 대체되고 있습니다. 세기의 신데렐라이자 가십이 끊이지 않았던 그녀, 다이애나 스펜서. 그녀의 존재감만큼이나 알마교는 현재 프랑스에서 많은 추모객을 부르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알렉상드르 3세 다리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센강에는 많은 다리가 놓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추앙되는 다리로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드나잇 인 파리> 등 유수의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던 이곳은 프랑스의 우아하고 기품있는 문화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와 밀접한 곳에 위치한 이 다리는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3세의 이름을 따온 명칭으로 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우호적 관계를 상징하기 위해 건축된 다리입니다.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개통된 이곳은 낙관적이고 심미적인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건축된 1800년대 후반 당시로는 최신식의 설계방식으로 건축되었습니다. 높이 17m의 화강암 기둥 네 개와 기둥 꼭대기에 달린 금박의 상징물 조각상, 그리고 다리 양쪽을 장식하는 램프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것들이 함께 장식되어 화려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위치한 곳은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가 밀접한 만큼 주변의 풍광을 헤치지 않고 조화로운 느낌을 주는 것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 다리의 높이는 고작 6m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7m의 짧은 단일 구간이지만 강 건너편을 서로 이어주는 교량인 만큼 그 어떤 곳들보다 예술적 정취가 매력적으로 풍겨야 한다며 건축자들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고 하는데요. 그러한 결과, 현재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그 아름다움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센강의 대표적인 다리,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中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문학가 기욤 아폴리네르의 대표 시 “미라보 다리”는 센강을 가로지르는 강의 하나로, 시의 제목이자 배경이 된 이후로는 센강을 대표하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시인에게 다리는 연인과 사랑을 한없이 속삭이는 낭만의 장소로 표현되며 현재까지도 그 시 구절을 되새기는 많은 파리지엔들에게 사랑을 받는 장소입니다. 철길과 차도가 동시에 사용되는 미라보 다리는 위치적으로 부둣가와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미라보 다리는 건축학적으로 센강 위에 건축된 많은 다리 중 유일하게 철제로 건축됐다는 면 말고는 다른 다리들 보다 독특한 면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시인에 의해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모습을 음유한 곳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이기 때문인지 그 어떤 다리들 보다도 문학적인 서정성을 띄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상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곳에 엮인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연들은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그곳에서의 독특한 감성을 느끼게 합니다. 특별한 장소와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