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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축제/브르타뉴/켈트문화] 바닷바람이 전하는 이국적인 축제 - 파리 브르타뉴 축제 (La Fête de la Bretagne )


삼면이 바다와 산지로 둘러싸인 프랑스에서도 바다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프랑스를 느끼고 싶다면 누구든 최서단으로 향하라고 대답해 줄 것입니다. 거센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낸 절벽과 해변. 잦은 비가 만들어 낸 무성한 풀로 뒤덮인 넓은 평원. 시간을 잃어버린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세 도시 등 자랑거리를 나열하기 바쁜 이곳은 프랑스 남서부 브르타뉴 지방을 가리킵니다. 이 지역의 자연경관과 먹을거리만큼이나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전통적인 축제인데요.

다양한 축제로 가득한 프랑스에서 브르타뉴 지방은 특히 축제가 많은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축제를 즐기러 브르타뉴 지방으로 여행을 가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파리지앵들을 위해 파리로 브르타뉴의 매력이 건너왔습니다. 

파리 15구 시청 앞 축제



파리의 남서쪽. 주거지역이 밀집된 파리 15구 시청 앞은 조용하던 보통 때와 다르게 흥겨운 장터와 축제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바다 내음과 달콤한 술의 향기가 퍼지고 이국적인 켈트 음악이 거리를 가득 매운 이곳은 브르타뉴 축제가 한창입니다. 9일 동안 이루어진 이 축제는 ‘진정한 휴식’을 찾는 파리지앵들이 브르타뉴 지역의 매력에 흠뻑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색적인 전통 복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역과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아주 옛날 브르타뉴의 한 작은 마을 장터를 방문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축제의 장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사람들의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파리 한복판에서 퍼지는 바닷내음은 이곳이 브르타뉴 축제임을 가장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바닷내음의 주인공은 바로 신선한 ‘굴’입니다. 바다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 이 지역은 대부분 굴을 생산하고 있지만 특히 브르타뉴 지방에서 관광지 중 제일로 알려진 몽샹미쉘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캉칼(Cancale) 지역은 굴의 수도라 불리며 최고의 명산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 신선함과 비리지 않은 향긋함을 맛본다면 크리스마스나 연말 같은 축제의 날 프랑스인들의 식탁에 왜 ‘굴’이 빠지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굴이 준비되는 동안 또 하나 빼놓지 말고 맛보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전주인 시드흐 (cidre)라고 불리는 사과술인데요. 물론 시드흐에 원고장은 브르타뉴 바로 옆에 위치한 노르망디 지역이지만 브르타뉴도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만큼 달짝지근한 사과 향이 퍼지는 시드흐는 브르타뉴 사람들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음료입니다.

그 외에도 버터와 천연 게랑드 소금을 이용하여 만든 캐러멜, 모든 프랑스인들의 간식거리라고 부를 수 있는 크렙, 과일과 버터를 듬뿍 넣은 쫀득한 식감의 전통 디저트인 파 브르통( far Breton)등 친숙하지만 특별한 브르타뉴의 특산품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켈트 문화를 만끽하다



친숙한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면 그 다음은 이색적인 공연으로 시각과 청각을 즐겁게 만들 차례입니다. 역사적으로 브르타뉴 지방은 켈트 문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5세기에 켈트족이 색슨족의 압박을 피해 이 곳으로 이주한 뒤, 그들은 전통을 잊지않고 이어가며 프랑스 안에서 또 다른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브르타뉴의 이러한 이국적인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축제의 흥이 가장 무르익은 오후 시간. 축제 장터 곳곳에서 전통복장을 입고 관람객들을 맞던 사람들이 시청 앞 광장에 모입니다. 어디선가 평야에 넓게 퍼지는 듯한 백파이프의 소리가 들려오면 그들은 광장에 모여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음유시인의 악기라 불리는 백파이프와 봉 바르드(bonbarde)라고 부르는 피리, 거기에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 등이 추가된 전통 악단이 이끄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을 둥글게 원을 그리거나 선을 맞추어 춤을 춥니다. 귀족 문화에 바탕을 둔 프랑스의 화려한 춤이 아닌 농업의 집단 노동에 기반을 둔 춤의 향연은 관람객들에게는 이색적이고 친근함을 느끼게 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축제는 흥겨움을 남긴 채 마무리됐습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축젯날이지만 사실 이것은 진정한 브르타뉴 축제의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7월부터 9월까지 브르타뉴 지방에서 열리는 진저한 브르타뉴 축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여름. ‘축제의 계절’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프랑스의 남서쪽 바닷바람을 따라 길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요.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