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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축제/파리 여행 추천/에펠탑 주변 명소] 거대하지만 가장 은밀한 플래쉬 몹 – Diner en Blanc(디네 앙 블랑)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하얀 색 옷을 갖춰 입고 한 장소에 모이는 모습, 상상해보셨나요? 1년에 딱 한번, 파리는 이렇게 거대한 하얀 물결에 휩싸입니다. 예고 없이 모여 머리에서 발끝까지 흰 색 옷을 갖추어 입고, 흰 색 테이블 위에서 흰 색 식기에 담긴 저녁식사를 마친 뒤, 자정을 넘기면 흔적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바로 26년째 파리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플래쉬 몹 ‘Diner en Blanc(디네 앙 블랑)’의 모습입니다.

파리와 세계를 물들인 ‘하얀 저녁식사’



올해 플래쉬 몹 축제 ‘디네 앙 블랑’에는 약 1만 3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하얀 저녁식사’라고도 불리는 이 특별한 행사는 1988년 파리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친구들과의 특별한 저녁식사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우리를 구별할 수 있는 흰 색 옷을 입고, 파리 근교인 블로뉴 숲에서 야외 피크닉를 즐기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조촐하게 시작되었던 친구들과의 모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가 점점 커져 이제는 매년 1만 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플래쉬 몹이 되었습니다. 그 거대한 하얀 물결은 프랑스를 넘어, 지금은 독일의 베를린, 호주의 시드니,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싱가폴 등 매년 전 세계 수십 개의 도시에서 행해지는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 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초대



디네 앙 블랑’은 그 어떤 플래쉬 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참가자 수를 자랑하는 큰 규모의 행사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가하는 일반적인 플래쉬 몹과 달리 참가할 수 있는 기준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출발하기 전까지 그 장소는 비밀로 지켜진다는 점이 이 행사가 거대하지만 가장 은밀하고 프라이빗한 플래쉬 몹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참가자격은 ‘초대’에 의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기존에 미리 정해진 멤버들만이 자신들의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고, 그 특별한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초대받은 멤버는 그 날 만나기로 정한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인원을 확인한 뒤 미리 준비된 버스에 올라타게 되는데, 사람들은 이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야 자신들의 최종 목적지를 통보 받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장소는 비밀로 붙여지는데, 이런 비밀스러운 점 역시 이 행사가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2014년, 하얀 물결로 뒤덮인 센느강



이 축제는 노트르담 광장, 피라미드 루브르 광장, 에펠탑을 전경으로 한 트로까데호 광장 등 매년 파리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요. 2014년에는 파리의 아름다운 센느강 6개의 다리가 ‘디네 앙 블랑’을 위한 장소로 선택 받았습니다. 센느강을 따라 이어지는 6개의 다리가 온통 하얀 물결로 휩싸이며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행사 규칙에 따라 흰 색 옷을 입고, 흰 색 테이블과 흰 색 식기, 흰 색 양초와 꽃 그리고 음식 등을 각자 준비해, 그 어떤 유명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보다 특별한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11시에는, 막대불꽃놀이인 스파클에 불을 붙여 참가자들 모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종료 시간인 12시가 되자 처음 약속 장소에 모일 때처럼 자신들이 준비해 온 모든 테이블과 식기들을 정리한 뒤 버스를 타고 각자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갔습니다. 온통 흰 색 물결로 넘실대던 장소는, 자정을 넘기면 그 화려한 모습을 벗고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마치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말이죠.

특별한 장소에 가는 것이 아닌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 내는 행사. 개개인의 자발적인 준비가 모여 가장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선사하는 ‘디네 앙 블랑(Diner en blanc)’은 내년에도 더욱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저녁을 이어갈 것입니다. 하얗게 넘실대는 흰 색 물결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