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닌 꿈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루고 세상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나이이기도 합니다. 만 19세의 나이로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연출하고,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천재 청년 감독 자비에 돌란. 단지 젊은 한 시절의 반짝 하고 마는 재능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의 다음작품들 역시 연이어 칸에 초청되면서 자비에 돌란은 자신의 오랜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중인데요. 그의 나이 이제 25살. ‘칸의 총아’라고도 불리우는 천부적인 재능과 작품을 대하는 근성, 그리고 배우로서의 근사한 모습까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다재 다능한 감독, 자비에 돌란의 영화 세계로 초대합니다.

프랑스어로 읊조리는 불가능한 사랑을 향한 찬가


자비에 돌란은 스스로를 몬트리올 출신이자 퀘벡의 감독이라고 소개합니다. 캐나다의 퀘벡은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 같은 도시로 유명한데요. 자비에 돌란이 쌓아온 그만의 색깔과 퀘벡이라는 지역의 독특한 감수성, 그리고 달콤하게 읊조리는 프랑스어가 어우러져 그의 영화는 색다른 매력을 뿜어냅니다. 자비에 돌란과 영화와의 첫 만남은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며 꾸미길 좋아했던 그는 TV쇼 프로덕션 매니저였던 이모를 통해 4살부터 아역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역연기를 하면서 더 이상 자신에게 배역에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16세가 되던 해부터 진지하게 영화를 접하기 시작했고, 18세를 맞이한 해에 처음 영화 연출을 시작합니다. 

자비에 돌란의 첫 작품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자비에 돌란의 명성이 처음으로 싹튼 작품이자, 28개의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한 최다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증오하기에도, 멀리하기에도 먼 ‘엄마’라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 속 동성의 연인을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은 자비에 돌란이 맡았는데요. 엄마와 아들, 이혼녀와 동성애자, 10대 소년이 등장하고 16살 때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그가 앞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줄 이야기의 서론과 같은 영화입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며, 자신에게 린치를 날리는 세상과 맞서 싸우며 방황했던 그의 질풍노도의 시절을 영상으로 그려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인상적인 앵글의 변주와 내레이션, 그리고 소리 없이 숨죽인 채 흘러가는 화면 사용까지. 토마스만의 소설 <베니스에의 죽음>과 알프레도 히치콕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 영화 한편으로, 앞으로 그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딛게 됩니다.

두번째 작품 <하트비트>는 전작에 비해 꽤 유쾌한 분위기가 흐르는 영화입니다. 원제인 ‘Les Amours Imaginaires(레 자무르 이마지네르)’는 ‘상상 속의 사랑’ 이라는 뜻을 지녔는데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 마리와 프랑시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치밀하게 보여줍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구도가 바뀌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1962)과 많이 닮아있는 작품인데요. 모호한 욕망과 감정 속에 취향을 공유하고 어울리는 세 사람 사이의 묘하게 흐르는 감정의 기류를 잘 표현해냈습니다. 오드리 햅번과 제임스 딘의 패션, 편지와 타자기 등 낭만적인 요소를 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슬로모션 촬영 기법, 전자음악부터 바흐의 첼로모음곡까지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사용하는 등 전작보다 훨씬 능숙한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주었는데요. 또 한번 자비에 돌란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역경 앞에 놓인 찬란한 사랑의 지휘자


<로렌스 애니웨이>는 자비에 돌란의 감독으로서의 재능이 컬러풀한 폭죽이 터지 듯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입니다. 마치 미술관에 들어선 것처럼 스타일리시한 시각적 배경과 각종 패셔너블한 의상, 그리고 소품들의 화려한 색채감각은 눈을 즐겁게 하는데요. 엄마와 아들, 불가능한 남녀의 삼각관계에 이어 또 한번의 ‘불가능한 사랑’ 시리즈의 정점이라고 회자되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자신 안에 살고 있는 여성성을 감추며 살아온 로렌스와 그 곁을 지키려는 연인 프레드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직접적으로 인용되는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 테마와 ‘자유(Liberté)!’라고 낙서된 모나리자 그림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영화의 주제처럼, 이 영화의 중점은 성적 소수자 문제이기보다는 ‘사랑’ 그 자체 라고 그는 말합니다. 자비에 돌란이 등장하지 않는 첫 영화이지만 러닝타임 내내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영화적 재능을 보여줍니다.

자비에 돌란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 <탐엣더팜>은 자비에 돌란 자신이 직접 쓴 이야기가 아닌 원작을 바탕으로 연출한 첫 번째 작품입니다. 세계적인 극작가인 미셀 마크 부샤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탐이라는 인물이 연인인 기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퀘백의 작은 농장으로 가면서 시작됩니다. 기욤의 어머니와 형 프란시스에게 기욤과의 사이를 차마 밝히지 못하는 탐에게, 기욤의 형 프란시스는 이미 탐이 기욤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은밀하고 지속적인 폭력으로 탐의 목을 조여오는데요. 이전까지 안정적인 연출로 호평 받은 한편, 강렬한 색의 과용 등으로 비판에 시달렸던 자비에 돌란의 전혀 다른 스릴러에 대한 테크닉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관객의 해석을 유도하는 과감한 생략으로 야쉬움을 표현하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재능 많은 감독의 발전 가능성과 전에 보지 못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출처: www.aol.com

지난 5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 67회 칸 국제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서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미>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작품과 함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한편 자비에 돌란은 칸 영화제 역대 최연소 경쟁 부문 진출 감독으로도 이름이 올랐는데요. 이는 1989년, 26세에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보다 이른 나이라고 합니다. <마미>는 ADHD 증후군을 앓는 아들과 엄마, 그리고 미스터리한 옆집 이웃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자비에 돌란은 <마미>에서 연출, 각본, 프로듀서, 편집, 의상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2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로렌스 애니웨이> 역시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고 여주인공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매 작품마다 칸 영화제에 초청되며 뛰어난 재능을 과시하는 중인데요. 그의 재능이 또 어떤 작품에서 꽃 피울 지 기대 됩니다.

 출처: www.xavier-dolan.com

사람들에게 언제나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감독 자비에 돌란. 연간 400편 가량의 수많은 영화를 보는 사람보다, 길을 걷던 자신을 멈춰 세우고 ‘당신의 영화를 보고 어머니께 전화드렸다’ 라고 말해주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하는데요. 스타일과 미쟝센의 과잉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그는 무엇보다 영화의 스토리, 캐릭터와 대사, 감정의 연결을 중요시한다고 말합니다. 파산에 가까울 정도로 뉴욕에 들르면 영감을 떠올려줄 사진집과 화집을 사고, 섬세하게 도자기를 빚듯이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매만지려는 노력하는 감독, 영화 안에서 연기, 각본, 프로듀서, 의상, 편집, 미술까지 소화하는 무한한 재능의 가능성을 가진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축복이 아닐까요. 이 재능 많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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