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frenchinfrance

[가을 마라톤 경기/파리 가을 축제/여성 마라톤 대회] 파리의 가을 마라톤 - La Parisienne(라 파리지엔느)


‘가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청명한 하늘, ‘바스락’ 소리를 내는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 수확의 계절을 맞아 노랗게 물든 황금들판. 가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많은 것들 중에서, 그 무엇보다 이 계절이 왔음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얼굴 옆을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파리, ‘La Parisienne(라 파리지엔느)’를 소개합니다.


파리의 가을을 알리는 여성 마라톤


 

두 발로 바람을 가르며 이 계절을 완연히 만끽하기 위해, 파리의 여성들이 운동화 끈을 조여맵니다. 매년 파리의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 모인 파리지엔들의 힘찬 발걸음이 시작되는 순간, 파리의 마라톤 ‘La Parisienne(라 파리지엔느)’가 올해도 그 힘찬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여성 마라톤 ‘La Parisienne(라 파리지엔느)’는 1997년, ‘Patrick Aknin’이라는 남성에 의해 창립된 마라톤입니다. 



첫 해에 1500명이 참가했던 이 마라톤은 다음해인 1998년, 그 두 배인 3000여명으로 참가인원이 늘었고 매 년 이 마라톤에 참가하는 파리지엔느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나, 올 해는 무려 4만명에 가까운 여성들이 참가했습니다. 유방암 근절을 위한 캠페인으로 시작된 이 마라톤은,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활성하시키기 위해 그 규모가 점점 커졌고, 이제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파리의 가을을 알리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하는 마라톤 축제


 

이 마라톤 경기에는 다양한 그룹이 존재합니다. 올 해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지닌 14,139명의 여성들, 어머니의 어머니이기도 한 ‘할머니’라는 타이틀을 지닌 719명의 여성들, 엄마와 딸로 구성된 417개의 그룹, 회사에서 참여한 705개의 그룹, 친구들과의 우정을 위해 참가한 3,084명의 사람들 그리고 이 마라톤의 첫 스타트를 끊은 220명의 장애인 참가자들까지. 이렇게 다양한 그룹으로 나누어져 시합은 진행됩니다. 



단순히 ‘마라톤’보다는 ‘축제’라는 의미가 더 어울리는 경기인 만큼,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유니폼을 입고 이 경기에 참가합니다. 참가 번호가 적힌 등번호를 제외하면 마라톤 경기가 아닌 카니발 행진처럼 보일 정도로 가지각색의 유니폼을 입고 참가하는 파리지엔들은, 파리에서 가장 파리다운 명소인 에펠탑과 센 강 주변을 달리며 파리의 가을을 만끽합니다. 




다양한 그룹으로서, 또 다양한 이유를 달고 이 마라톤을 신청한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시합을 이기겠다는 비장한 다짐보다, 이 경기를 충분히 즐기겠다는 환한 미소가 제일 먼저 눈에 띕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6.7km의 코스를 거쳐 결승점에 다다르면, 활짝 핀 한 송이 장미가 참가자들 손에 쥐어집니다. 그리고 파리의 가을 바람을 한껏 만끽한 파리지엔의 살짝 상기된 얼굴은, 장미보다 아름답게 피어나 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