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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몽마르뜨 언덕/부르고뉴 와인] 파리의 포도주 - 몽마르뜨 와인축제


강한 햇살을 닮아 진하고 깊은 맛을 지닌 보르도 와인, 단일 품종으로만 제작하여 섬세하고 우아한 맛을 내는 부르고뉴 와인 그리고 미식가들이 많은 프랑스 남부 혼(Rhone)지방의 과일향 가득한 혼 와인 등, 프랑스는 각 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특성에 따라 여러 종류의 포도주를 수 천년 전부터 제조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도주’는 명실공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한데요. 그런 ‘프랑스의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 몽마르뜨 와인축제로 초대합니다.


가장 먼저 맛보는 그 해의 첫 포도주


여러분은 혹시 ‘파리의 포도주’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쨍하게 해가 뜨는 날보다, 비가 오는 날이 더 많은 파리라는 도시에서 포도주가 생산된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뜬금없는 농담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파리의 북쪽 몽마르뜨 언덕 아래에는, 1933년부터 매년 포도를 수확하는 포도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수확되는 포도는 매년 ‘몽마르뜨 와인’이란 이름을 붙여, 파리에서 가장 성대한 축제 중 하나인 ‘몽마르뜨 와인축제(Fête des Vendanges de Montmartre)’에서 그 해 처음으로 개봉합니다.



프랑스의 와인 축제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다름아닌 ‘보졸레 누보 축제’일 것 입니다. 매년 가을의 끝에 접어드는 11월 중순 즈음에 열리는 이 축제는, 그 해 보졸레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담근 포도주의 첫 맛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완벽하게 숙성된 맛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와인병을 개봉하며 즐기는 와인 축제인데요. 하지만 그보다 한 달이나 앞선 10월 중순, 파리지엔들은 그 해의 포도주를 조금 더 일찍 맛보게 됩니다. 바로 파리의 ‘몽마르뜨 와인 축제 (Fête des Vendanges de Montmartre)’가 그 맛을 즐길 수 주인공입니다.


와인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의 축제



파리의 ‘몽마르뜨 와인 축제’는 1934년에 시작해 2014년인 올 해 81회를 맞이했습니다. 대도시 파리에 와인 생산지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몽마르뜨 지역은 1900년대에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포도밭과 풍차가 있었던 지역입니다. 지금의 포도밭은 그 시절을 간직한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포도밭은 18세기에 사라졌던 포도밭을 파리시청에서 복원한 것으로, 매년 약 1천 병 정도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축제는 언제나 신나는 행진으로 흥을 돋우며 시작됩니다. 축제 참가자들은 화려한 전통 복장을 입고 자신들의 고유 포도주 라벨이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을 시작하는데요. 시민들에게 무료로 와인을 나누어주며 파리지엔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달굽니다. 이 행렬은 파리 18구 구청을 시작으로 몽마르뜨 언덕을 오르며 시민들과 함께합니다. 몽마르뜨 언덕 끝 사크레퀘르 성당에 이르면, 와인뿐만 아니라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지역의 음식으로 가득한 장터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치즈, 햄, 소세지 등 파리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지역 특산품들을 맛 볼 수 있기에, 관광객뿐만 아니라 파리지엔들도 이 곳에서 특별한 맛을 즐깁니다. 



와인의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오직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희귀성과 오래도록 전통을 지켜온 역사성은, 파리에서 개최되는 행사 중 3번째로 많은 인원이라는 50만명의 사람들이 이 축제에 모이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영화와 광고의 배경이 되곤하는 몽마르뜨 언덕, 그 곳을 메우고 있는 수많은 화가들, 그리고 그 언덕 끝에 자리잡은 사크레퀘르 성당까지. 이제 이 곳을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를 더 덧붙여도 좋을 듯합니다. 바로 ‘파리의 와인 - 몽마르뜨 와인’을 말이죠.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