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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그랑팔레 전시회/퐁피두센터] 온 세계의 ‘Nana’를 위한 외침 – 니키 드 생 팔(Niki de Saint Phalle) 전시회


파리 퐁피두 센터 남쪽에 있는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분수대가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동화 같기도 하고, 조금은 괴기스럽기도 한 이 오브제는, 원색의 색감으로 회색빛 파리를 순식간에 화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바로, ‘니키 드 생 팔’과 그녀의 남편이였던 ‘팅글리’의 공동 작품입니다. 그녀의 컬러풀한 작품을 사랑하는 파리지엔들은, 이 곳에 앉아 쉬다 보면 다른 곳에서 얻지 못하는 어떠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 파리에서는 그녀의 폭팔적인 에너지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컬러풀한 아름다움으로 폭력에 맞서다


 

한 미모의 여인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총구를 겨누고 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금방이라도 총을 쏠 것처럼 비장해 보이는데요. 지금 이 계절, 파리의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강렬한 이미지는 바로 니키 드 생 팔 전시의 포스터입니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를 방문해보면, 그녀가 조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물감 주머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물감 주머니들이 터지고 벽은 온통 알록달록한 색의 물감으로 번져나가며, 폭력은 오히려 이 컬러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니키 드 생 팔은, 프랑스가 내세우는 수 많은 예술작가 중 단연 손꼽히는 여성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여성’을 대표하는 수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친근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로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데요. 그녀의 작품은 한없이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 그 뒷면에는 ‘억압된 여성들을 위한 해방성’이라는 주제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들에게 가장 알려져 있는 작품이자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인 ‘나나(Nana)’ 시리즈는, 그녀의 말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여성의 자유의 생명의 충만함을 담은 메시지



프랑스어로 ‘계집아이’ 또는 ‘젊은여자’ 등을 비유해서 부르는 단어인 ‘Nana’. 보그 매거진의 표지모델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를 지닌 그녀는, 자신의 외모와는 다르게 여성의 풍만함을 과장스럽게 표현한 작품을 만들고 ‘Nana’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형체를 통하여 본인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한계성을 뛰어넘은 모든 여성들의 자유와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생명 탄생의 충만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니키 드 생팔이 만든 Nana들로 가득 차 있는 파리 그랑팔레 미술관에 들어서면, 마치 작품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전시에서는 그녀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젊은 시절 모델 활동을 하며 촬영했던 사진들과 인터뷰 동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한 의미를 지니는데요. 단순히 그녀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어, 니키 드 생팔이라는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분열증을 벗어나기 위해 치료 목적으로 시작 된 그녀의 미술 작업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게 승화되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예술은 그녀 자신에게 치유를 가져다 주었고, 그 결과물은 작품이 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니키 드 생 팔. 비록 그녀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녀만의 예술을 통해 그것이 가진 큰 가능성과 의미를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리 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