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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초상화/프랑스 미술관/남프랑스 여행] 거장의 이름을 건 프랑스의 새로운 미술관, 피에르 술라주 뮤지엄 VS 빈센트 반 고흐 재단

찬란한 역사를 품고 있는 건축물들과 도시 곳곳의 유적들, 그리고 예술사를 장식한 수많은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의 존재만으로도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고 이름 붙이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는, 단지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의 예술가들의 숨결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뮤지엄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최근 새 단장을 하며, 다시금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는 거장들의 미술관, 화가 피에르 술라주와 빈센트 반 고흐의 미술관으로 떠나보겠습니다.



■ '검은색의 화가'를 위한 공간, 피에르 술라주 뮤지엄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가, 그리고 조각가이기도 한 피에르 술라주는 ‘검은색’을 주로 사용한 작품들로 일명 ‘검은색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미술가입니다. 1919년, 프랑스 남부 아베롱의 주도 로데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하며 폴 세잔과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고 추상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1947년, 파리의 리디아 콩티 화랑에서 연 첫 개인전에서, 검은색 물감을 강하고 두꺼운 붓질로 남긴 첫 비구상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검고 굵은 직선들이 자유롭게 교차하는 것이 특징인 술라주의 그림은, 간결하고도 힘찬 화면 구성으로 역동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렇듯 그는 ‘검은색’이라는 하나의 색채로 마법 같은 변주를 이끌어내는 화가였습니다.


 

이러한 블랙 추상화의 대가, 피에르 술라주의 뮤지엄이 그의 고향인 프랑스 남부 로데즈에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의 뮤지엄은 마치 그의 작품처럼 힘있는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는 검은 상자를 연상하게 하는데요. 검은색 박스 형태의 이 건물은 심플하게 보이지만, 마치 녹이 슨 듯한 효과를 주기 위해 코텐강(Cortensteel) 소재로 외관을 마감했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이 뮤지엄에서는 그가 30년의 작품활동으로 탄생시킨 다양한 검은 추상화들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블랙’이라는 하나의 컬러에서 파생시킨 그의 다채로운 작품들처럼, 빛의 각도에 따라 매혹적인 외관을 선보이는 미술관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 영원 불멸의 거장을 위한 성지, 빈센트 반 고흐 재단
 

  

거장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이지만 프랑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명일 것입니다. 비록 비극적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화가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무수한 명작들을 남겼습니다. 파리에서의 작품활동 중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신인상주의 화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각박한 생활에 지쳐 찾았던 남 프랑스에서, 그는 다섯 달 동안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가 있는 꽃병>, <밤의 카페 테라스>와 같은 작품을 포함해 2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비록 자신의 귀를 자르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는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고,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해 프랑스의 소박하면서 아름다운 자연풍경들을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부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었던 곳은, 바로 프로방스의 ‘아를(Arles)’입니다. 바로 이 곳에 ‘빈센트 반 고흐 재단’이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 지방에서도 유서 깊은 건축물로 꼽히는 ‘호텔 레오토 드 도닌’에 들어선 이 재단은, 문을 열자마자 반 고흐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재단에는 그의 자화상과 더불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미술관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미술관을 장식한 유리 조각들이 빛을 받아, 미술관 내부를 프리즘으로 물들이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마치 고흐가 아를에서 그렸던 따뜻한 색채의 그림들처럼 말이죠. 비록 행복할 수만은 없었던 한 예술가의 생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발하는 밝은 빛을 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 아를로 향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먼 과거에 탄생한 명작들을, 현대에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경이로운 일 인 것 같습니다. 거장들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들의 영감을 재료로 빚어진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아름답게 남아, 그들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하는데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 무수한 작품들은 현대의 사람들로부터 또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 받아, 많은 사람들의 깊은 위로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면 한번쯤은 모두가 가는 랜드마크 대신 세기의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공간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