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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풍경/파리 라파예트 백화점/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일 년의 이야기가 담긴 나무 – Sapin de Noel(사팽 드 노엘)


연말은 일 년 중 가장 긴 밤을 통과하는 시기입니다. 비록 어두운 겨울 밤의 시간은 길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긴긴 밤을 빛내 줄 연말의 화려함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빛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리에, 성당에, 그리고 집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따뜻한 불빛일 것입니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겨울의 나무, ‘Sapin de Noel’. 올 해도 우리들의 한 해의 끝을 장식해 줄 그 아름다운 나무가 빛나고 있습니다.


■ 크리스마스 준비의 첫 시작, 트리 장식하기
 


한 해의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 이제 크리스마스는 그 속에 담긴 종교적인 풍습은 거의 사라지고, 가족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로서의 의미가 더 커진 듯 합니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은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날을 위해 12월 초부터 많은 준비를 하는데요. 그 정성스러운 준비의 첫 시작은 언제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일입니다. 



12월 초가 되면 거리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를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트리를 팔기도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인조 트리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 나무를 사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책상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나무부터,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나무까지. 다양한 크기의 트리용 나무들로 집 안을 장식해 놓으면 마치 숲 속에 와있는 듯, 침엽수 특유의 향기를 곳곳에서 맡을 수 있습니다.


■ 파리 곳곳을 수놓은 ‘Sapin de Noel’의 빛
 


트리에 쓸 나무를 선택하고 나면, 나무를 꾸밀 장식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장식을 고르고 꾸미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매년 그 테마를 바꾸어 트리를 장식할 만큼 크리스마스 트리는 단순한 실내장식을 넘어, 가족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간 한 켠,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연말을 넘어 신년 초까지 그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그리고 침엽수의 잎이 마를 때쯤 다시 거리로 나와 수거되는데요. 그렇게 수거된 나무들은 도심 곳곳에 재활용되어 쓰여집니다.



가족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집 안의 트리가 있었다면, 시민들을 위해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게 설치된 거리의 트리도 있습니다. 매년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는 커다란 대형 트리가 설치되는데요. 올 해는 러시아 정부의 후원으로 세워진 25미터 높이의 대형 트리가 그 자리를 장식했습니다. 노트르담의 트리가 거리의 가장 크고 웅장한 크리스마스 트리라면,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설치된 트리는 실내에 장식된 가장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일 것입니다. 올 해는 <거꾸로 된 트리> 라는 테마로, 건물 천장으로부터 거꾸로 세워진 화려한 트리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12월 한 달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나무는 대부분 공현 축일(1월 6일)까지 트리를 두는 카톨릭 전통에 따라, 1월 첫째 주 일요일 즈음이 되면 차츰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정리하는 일에는, 작년 한 해를 잘 마무리 짓고 다가오는 새해를 잘 맞이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한 해의 의미를 담아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 그 반짝임 하나하나에, 우리의 아름다운 삶이 담겨 있는 듯 느껴집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