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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브랜드/패션 전시회/세계 패션 디자이너] ‘Made in France’를 만들어내는 외국의 디자이너들 - 전시 <Fashion Mix>


‘패션의 도시 파리’. 이제는 식상해진 수식어지만 그 흔한 수식어가 여전히 건재할 만큼, 아직도 파리는 패션에 대해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입니다. 프랑스를 고급스러운 패션의 중심으로 이끈 장본인이라 불린 ‘루이 14세’의 시대부터 현재까지, 프랑스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이너가 탄생했고, 그들의 작품에 전 세계인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프랑스 패션을 이끄는 디자이너들은 누구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프랑스 패션이 주목하는 디자이너들은 프랑스인이 아니라 바로 외국 출신 디자이너들입니다. 다른 문화를 가진 그들이 만드는 프랑스 패션. 그 궁금증과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지금 파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패션의 뿌리가 된 세계의 디자이너들



가브리엘 샤넬, 입생 로랑, 잔느 랑방 등 프랑스에는 세기의 패션을 이끈 수 많은 프랑스 출신 패션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그들의 명성을 이어 새롭게 주목 받는 디자이너들은, 바로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 출신의 디자이너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외국인이 아닙니다. 바로 ‘Made in France’, 즉 파리의 패션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프랑스 패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랑스로 이주하여 자신의 부티크를 내거나, 프랑스 직물로 패션을 만드는 그들의 이야기를 지금 '파리 이민자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Fashion Mix> 에서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맞춤복을 뜻하는 오뜨 꾸뛰르(Haut-Couture)와 기성복을 뜻하는 프레따 포르떼(Pret-a-porter). 이 두 단어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마 익숙할 단어들이자, 패션계에서는 어김없이 사용되는 단어들입니다. 패션을 예술성의 영역으로 이끈 오뜨 꾸뛰르가 창시된 곳은 파리이지만, 그 역사의 시작에는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라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가 있었는데요. 1845년 파리에 정착한 그는, 자신의 부티크를 열고 유럽의 상류층을 상대로 맞춤복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명성은 순식간에 유럽으로 퍼져, 전 유럽의 상류층은 파리를 주목하게 되죠. 맞춤복으로 유명해진 그는 자신만의 공장을 내고 상표를 기업화 하게 되는데, 이것은 파리의 또 다른 패션인 프레따 포르떼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생생한 파리 패션의 모든것을 느낄 수 있는 전시



찰스 프레드릭 워스를 필두로, 스페인 출신의 마리아노 포르투니, 튀니지 출신의 아제딘 알라이아, 일본 출신인 이세이 미야키, 벨기에 출신의 마틴 마르지엘라, 스위스 출신의 로버트 피케 등 각국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또 다른 파리의 패션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창조한 디자인은 이제 전 세계가 열광하는 파리의 패션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파리의 패션을 만든 외국인’ 들이지만, 그들의 영향으로 얼마나 프랑스 패션이 풍부해지고 깊어졌는지 이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데요.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을 따라 마법과도 같은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잘 형성된 프랑스 패션은 알고보면 세계의 ‘멋’이 잘 융화되어 있는 결정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벌, 한 벌 마치 보석과도 같은 위대한 패션 작품들 외에도, 그 때 당시의 잡지 기사나 그들이 파리를 오갈 때 사용했던 여권, 그리고 파리 부티크를 위한 사업 계획서, 작품 스케치 등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디자이너들의 사적인 물건들 역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전시품들을 보다 보면, 그 시대 파리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전시를 찾은 나이 지긋한 관람객들이 이 전시를 감상하며, 화려한 패션으로 주름 잡았던 파리의 옛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 미국, 밀라노, 도쿄 등 이제 패션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도시는 다양해졌지만, 아직도 ‘파리’라는 도시를 빼놓고 패션을 논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파리의 패션’을 완성시킨 이면에는, 전 세계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가진 다양한 문화와 감각들이 숨어있습니다. 다양성의 수용, 그것은 마치 같은 토양에 뿌려진 다양한 식물들의 씨앗처럼, 더욱 풍성한 수확을 위한 밑거름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