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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웰컴 삼바 원작소설/프랑스배우 오마 사이] 이방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델핀 쿨랭의 ‘프랑스를 위한 삼바(Samba pour la France)’

각국을 대표하는 훈훈한 국제 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건너온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했었죠. 그만큼,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 이 ‘이주민 문제’는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웰컴, 삼바>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원작 소설 역시 또 한번 주목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담백한 필체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써내려 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준 작가, 델핀 쿨랭의 소설 <프랑스를 위한 삼바>를 만나보겠습니다.


흑인 이주민 청년, 관용의 나라에서 길을 잃다



‘관용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그만큼 프랑스는 피부색, 언어, 사고방식, 문화 등 많은 것이 혼재되어 있는 다채로운 이민자들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델핀 쿨랭의 소설 <프랑스를 위한 삼바> 역시, ‘삼바’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이주 노동자가 프랑스를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 삼바는, 우연히 맞이한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보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염원과 함께 프랑스로 향하게 됩니다. 목숨을 건 사건 사고들과, 함께한 동료들의 희생. 프랑스라는 나라에 닿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는데요. 하지만 마침내, 삼바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나라, 프랑스에 도착하게 됩니다. 



영화 <웰컴, 삼바>의 원작 소설 ‘ Samba pour la France’(좌) / 한국판 소설 ‘웰컴, 삼바’(우)


그러나 그가 품어왔던 꿈은 그가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희망으로 가득찬 밝은 미래 대신, 이방인을 향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배척만이 그를 맞이할 뿐이었는데요. 그가 프랑스까지 오기 위해 겪었던 수많은 위기의 순간들보다 더한 고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 낯선 땅에 발을 디딘 나이는 19살. 프랑스에 잠시 동안 머물 수 있는 ‘임시 체류 허가증’을 받은 후, 삼바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프랑스 국민과 똑 같은 세금을 내며 살아왔는데요. 하지만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했던 고향에 가기 위해 정식 체류증을 발급 받으려던 그에게, 체류증 발급 거절과 함께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느닷없는 소식이 들이닥치게 됩니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



작가 델핀 쿨랭(좌) / 델핀 쿨랭이 연출한 단편 영화 <17filles>


프랑스 현대 문단의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오르고 있는 델핑 쿨랭의 소설 <프랑스를 위한 삼바>는, 2011년 프랑스 랑데르노 문학상 수상작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웰컴, 삼바>와는 다소 대조되는 분위기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긴 세월 동안 새로운 나라에서 일군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무너져 내리던 날 삼바는 큰 절망에 휩싸이게 되지만, 작가는 그를 절망하게 만든 것이 단지 그 뿐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마치 자신을 감정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무례한 고용주의 태도들, 그를 단지 노동가치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의 폭력적인 사고방식과 관습들, 그리고 자신이 노동을 바쳐온 나라에 속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서 떠돌 수 밖에 없는 절망감. 그 모든 것들이, 그를 초라하게 만든 이유들이었죠.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역시,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시민권을 얻지 못했을 정도로 현재 프랑스는 매우 강경한 이주민 추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는, 이민자 및 난민자들을 위한 시민 단체에서 작가가 실제 봉사활동을 한 경험 또한 녹아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생생한 사례들도 엿볼 수 있는데요. 작가 델핀 쿨랭은, 이러한 사회문제를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편, 담담한 문체로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이 매력적인 소설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난민과 이주자 문제는 단지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체류증’이라는 한 장의 서류에 달린 주인공 삼바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지, 안타까움에 마음 졸이게 되는데요. 화려한 도시 뒤로 감춰진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한 권의 책으로 긴 연휴, 사색이 담긴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