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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세계 축제] 나의 또 다른 어머니, ‘할머니’ - 파리에서 열린 <Fête des Grands-Mères (할머니의 날)>


유년시절, 유난히 나에게 인자한 미소를 많이 보여주던 사람을 기억하시나요? 때로는 부모님보다 더 온화한 미소로 나의 잘못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던 사람, 언제나 어린 기억 속에 포근한 추억을 만들어주던 그 사람. 바로 ‘할머니’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봄을 맞이하는 3월의 첫 날. 프랑스의 ‘할머니의 날’을 맞이하여 파리에서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나의 할머니’와 함께하는 가장 따뜻한 날



프랑스는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있는 가족의 달 5월에 앞서, 3월 ‘할머니의 날’을 먼저 맞이합니다. 물론 ‘할머니의 날’은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날은 아닙니다. 이 날은 사실 1987년, ‘Café Grand Mère (할머니의 까페)’라는 이름을 가진 한 커피 회사가, 제품을 홍보하고자 만든 것이 처음 시초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비록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날일지라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온 이 기념일은 오히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날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계속되어 왔습니다. 



‘어버이날’과 같은 하나의 가족 행사의 날이 되어 매 해 펼쳐지고 있는 할머니의 날은, 올해에도 파리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I LOVE MA GRAND MERE(Ma Grand-Mère – 나의 할머니)’라고 써진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작은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갤러리들이 가득한 마레의 한 골목에 자리한 행사장에서, 올 해의 할머니의 날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주름진 얼굴 속에 깃든 세월의 아름다움



‘Le Troc’n’roll’ 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축제는, 행사장 밖까지 들리는 흥겨운 음악소리로 이 곳의 생동감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축제라는 지루한 개념을 탈피하고, 오히려 가득한 젊음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홀에서 펼쳐지는 할머니들의 세련된 춤을 보고 있으면 이 곳에서 ‘나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 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행사장 벽면에는 주름 진 얼굴 그 자체로 세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할머니’라는 타이틀의 초상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행사장 구석 구석에는 먹어보지 않아도 맛이 보장된다는 다양한 ‘할머니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축제의 특성에 맞게 이 곳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손자 손녀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주말을 즐기는 모습은, 이 축제가 가진 가장 큰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의 또 다른 어머니인 ‘할머니’. 함께 할 시간이 부모님보다 좀 더 짧기에, 어린 시절 그녀에 대한 기억은 더 애틋하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직 할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그녀들의 아름다운 인생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할머니의 날’은, 그 어느 날보다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