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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빈티지/살롱드빈티지/빈티지스타일링] 세월의 가치를 담다 ’Vintage’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멋이라 여기는 파리지엥들의 패션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옷 이곳 저곳에 구멍이 나 있다거나 찢어졌거나 단추가 떨어져있는 모습, 빈틈이라고 하기엔 다소 누추해 보일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그 모습을 접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조심이 그 사실을 알려줬을 때 그 들의 반응은 그야말로’쿨’ 했습니다. ‘별 거 아니잖아’ 라는 한 마디와 함께.
요즘 구멍 난 스타킹이며 티셔츠가 트렌디 하지만 그런 인위적인 빈 틈이 아닌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빈 틈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패션 한다는 이들의 옷에서 이런 빈틈을 발견했다면 그 들의 옷이 20-30년 세월에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옷일 확률이 높습니다. 바로 흔히 말하는 ‘빈티지 패션’인 것입니다.
 

보풀 하나도 일어나지 않은 ‘새’ 옷이 패션의 항상 윗자리를 차지하던 한국도 몇 년 전부터 빈티지가 유행하면서 새 신발도 적당히 손때를 뭍이고 셔츠의 옷깃도 다림질을 생략하는 등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패션을 추구합니다. 빈티지를 사랑하는 파리지엥들은 깔끔한 새 옷을 너무나도 촌스럽게 느끼고 알록달록 촌스러운 빈티지 무늬를 너무나도 멋스럽게 느낍니다. 모순적 이기는 하지만 그 들의 자연스러운 멋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파리의 이 곳 저곳에서 유명한 빈티지 패션 가게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곳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물론이고 이 곳 토박이들도 곳 곳에 퍼져있는 상점들을 찾아 돌아다니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파리에서 일년에 단 두 번 열리는 살롱드 모드 & 빈티지 (salon de mode et vintage)는 발 품을 팔 지 않고서 한 장소에서 파리의 유명 빈티지 가게들의 상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행사입니다. 지난달 10월 29,30일 치뤄진 이 행사는 단순히 쇼핑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떠나서 빈티지를 사랑하는 파리지엥과 파리지엔느들에게 매년 하나의 문화축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 cite de la mode >
올해로 여덟 번째인 이 행사는 예전과 다르게 장소를 옮겨 파리 동쪽 부근 센느 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cite de la mode et du design에서 열렸습니다. 이 건물은 파리의 핫플레이스 중에 하나로서 요즘 주목 받고 있는 건축가 그룹 제이콥 + 맥팔레인 (Jakob + Macfarlane)의 작품입니다. 이 곳은 이런 행사를 제외하고도 트렌드한 건물을 보기 위해 미술과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방문, 견학하는 곳입니다. 회색 빛 대리석 건물들 사이에 갑자기 출현한 듯한 강렬한 연두 빛의 이 건물은 마치 이 곳을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파리의 우중충한 날씨에서 마법처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 곳에서는 ‘헌 것’은 떨이라는 생각은 살짝 접어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빈티지 제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가벼운 차 한잔의 가격에 살 수 있는 옷도 있지만 신상 핸드백이나 구두보다 비싼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들도 존재합니다. 그 가격은 단순히 일괄적으로 정해지는 상품가격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값을 더하고 뺀 세월의 가치의 표시입니다. 또한 이 곳에서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들입니다. 빈티지는 아니지만 그와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액세서리나 대량화되지 않은 수제 옷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고 싶은 패션인 들에게 반가운 아이템들입니다. 그 외에도 가구나 소품 등 곳곳에 묻어있는 시간의 흔적들을 구경하다 보면 자신이 옛날 흑백 텔레비전 속 세상에 들어와있는 느낌에 흠뻑 젖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파리지엥이지만 빈티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노스탈지아는 아닙니다. 새로운 것과 옛 것을 조화시키는 멋이야 말로 지금 현 시대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것은 그들은 깨달은 것입니다.
이러한 패션에 대한 그들의 관념은 루이까또즈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빠르게 변하는 패션계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나가고 있다는 것, 바로 그 것이 빈티지가 ‘클래식’이란 영광을 얻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