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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청년층을 대변하는 작가, 로맹 모네리(Romain Monnery)

얼마 전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미생>. 한 계약직 사원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었죠.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도, 젊은 세대들의 어려운 취업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 치솟는 젊은 층의 실업률과 세대간 갈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가, 로맹 모네리의 책 <낮잠형 인간>을 통해 프랑스 젊은이들의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까요?


■ 프랑스 청년층의 이유 있는 반란
 



최근 프랑스 대표 뮤지션의 한 뮤직비디오가 프랑스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뮤직 비디오 속에서는 젊은 층과 기성세대가 양편으로 갈라져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며 대립하는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들을 향해 ‘당신들은 평화, 자유, 완전 고용 등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실업, 폭력 에이즈로 고생하고 있다’며 외치면, 기성세대들은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노력해 얻은 것이다’라고 반박합니다. 바로 프랑스 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Toute la vie(일생동안)’ 뮤직비디오 속의 모습인데요.



‘프랑스 청년들은 게으르며,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라고 암시하고 있는 듯한 이 노래에, 프랑스 젊은이들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프랑스에서 자신들이 능동적으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정당하지 않다는 반론이었는데요. 청년들의 세금이 부모 세대의 연금 등 사회복지 비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노년에 결코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불만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듯, 프랑스 예술계와 문학계에서도 젊은 세대들의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는데요.


■ 자유롭지만 외롭고 졸린 인생, ‘낮잠형 인간’
 


88만원 세대, 열정페이 등 오늘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처럼 프랑스에서도 ‘낮잠형 인간’이라는 단어가 프랑스 젊은 층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바로 젊고 도발적인 필체로 프랑스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작가, 로맹 모네리의 작품 <낮잠형 인간>에서 유래한 단어인데요. 80년생인 작가 로맹 모네리는 문학잡지 <데카파주(Decapages)>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장편 소설 <낮잠형 인간>은 청춘들의 위태로운 초상을 도발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냄으로써 프랑스 언론과 문단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습니다.


 

작품 속에서 스물 여덟의 석사학위 소시자인 주인공은, 직장 없이 빈둥거리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방송국 편집 보조로 일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시당하며 잡일만 하던 첫 번째 직장을 곧 박차고 나오게 되는데요. 이후 주인공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낮잠형 인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하루하루 의욕 없는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이 떠올리는 막막함과 두려움 섞인 갖가지 상념들은, 취업고민에 빠져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비관적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젊은 독자층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데요. 책을 덮으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이야기, 아마 우리 청춘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로맹 모네리의 소설 <낮잠형 인간>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Libre, et Assoupi>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 <상어 뛰어넘기> 역시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하는데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두려움이 더 큰 우리 청춘들의 현재. 그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표현과 위트로 담아낸 로맹 모네리의 소설 <낮잠형 인간>을 통해, 어른이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