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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행] 프랑스 기차여행 #8 - 프로방스의 성곽도시, 아비뇽

▶루이까또즈와 프랑스 관광청이 함께 하는 8번째 기차여행지는 남부 프로방스의 평화를 머금은 '아비뇽'입니다.◀

 

루이까또즈와 프랑스 관광청이 함께 하는 8번째 기차여행, 기차는 론 알프스 지방의 리옹을 떠나 프랑스의 남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남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은, 단지 북부의 유럽인들 뿐만 아니라, 이제 세계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풍광과 아름다운 분위기로 파라다이스처럼 여겨지는 여행지가 되었는데요. 오늘은, 프로방스 지방의 평화로움을 머금은 도시, ‘아비뇽(Avignon)’으로 떠나보겠습니다.


■ ‘아비뇽의 유수’,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만나다
 



7번째 기차여행을 떠났던 론 알프스 지방의 ‘론(Rhône) 강’을 기억하시나요? 오늘 떠날 여행지 아비뇽은, 바로 론 강 하류의 평야에 위치해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12~14세기에 건설된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비뇽의 시가지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의 풍경과 마주할 수 있는데요. 먼저 연간 65만명이 방문하는 프랑스 10위권의 관광지이자, 유럽 역사 속에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곳, 아비뇽의 교황청으로 발길을 옮겨보겠습니다.



세계사 책 속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아비뇽의 유수(Avignonese Captivity)’ 역시 교황청과 의미가 깊은 사건입니다.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대립한 것을 시작으로, 황제의 세력이 교황권을 넘어서면서 1309년부터 1377년까지 교황들이 로마가 아닌 아비뇽에 머물러야 했던 일이 바로 ‘아비뇽의 유수’인데요. 7명의 교황이 머물렀던 약 70년의 긴 시간 동안, 아비뇽은 유럽 카톨릭의 중심지가 됩니다. 외부로부터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요새로 지어진 교황청은, 클레멘트 6세에 의해 중건되었는데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고딕 양식을 차용해, 중세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 건물로서 교황청의 역할을 해나갔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빛바랜 흔적을 감출 수 없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장소의 고즈넉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교황청을 둘러본 후 건물 앞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면, 탁 트인 아비뇽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론 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퐁 생 베네제(Pont Saint Benezet)’를 만날 수 있는데요. 12세기에 지어져 일명 ‘아비뇽 다리’라고도 불리는 이 다리는, 축조 당시 약 900M의 길이었지만, 17세기 론 강의 홍수로 인해 다리의 반이 끊어진 채, 지금까지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교황청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아비뇽 다리는, 복원 없이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는 독특한 모습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 성곽의 미로 속에서 발견한 고요한 도시의 매력
 



다음은 구석구석 보물찾기를 하듯 도시 곳곳에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아비뇽의 시내로 향해봅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만큼 레스토랑과 다양한 상점들 그리고 화랑과 골동품점 등이 골목을 채우고 있는데요. 아비뇽 역에서 북쪽으로 곧게 뻗은 리퍼블리크 가(Rue de la République)를 시작으로 워킹 투어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비뇽의 ‘핵심’을 둘러보는 오렌지 루트, 다양한 아비뇽 건축물을 둘러보는 레드 루트, 중세의 골목을 굽이굽이 누비는 그린 루트, 그리고 13세기 로마네스크 형식과 히피한 아티스트들로 가득한 거리를 걷는 블루 루트까지. 이 모든 루트들은 리퍼블리크 가에서 시작되고 끝나거나, 혹은 이곳을 지나갑니다.



미로처럼 뻗은 아비뇽의 골목들은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다른 골목과 만나 수많은 광장을 이루고, 그 광장에서 뻗은 또 다른 골목들은 다시 다른 광장으로 모입니다. 마치 성곽으로 이루어진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아비뇽에서는, 지도를 들고도 길을 잃거나 지도 없이도 길을 찾게 되는 일이 많은데요. 하지만 혹시 길을 잃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아비뇽은 소박한 도시입니다. 갈라진 길목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잠시 지도를 내려놓고, 성곽 틈에서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보거나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혹은 건물 벽을 장식한 아티스트들의 그래피티를 감상해보며 도시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아비뇽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아비뇽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아비뇽 페스티벌’입니다. 매년 7월에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은,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축제 중에 하나인데요. 정식 축제 공연인 인 페스티벌(In Festival)뿐만 아니라, 번외 공연인 오프 페스티벌(Off Festival) 역시, 세계 축제 매니아들의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아비뇽 공연장의 협소함으로 인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번외 공연 ‘르 오프(Le Off)’는 색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요. 아비뇽 축제는 세월이 지나면서, 춤과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회화, 사진 등의 분야가 더해져 종합적인 예술 페스티벌로 발돋움했습니다.



오렌지 빛 햇살이 내리쬐는 남부 프랑스의 고즈넉한 도시, 아비뇽. 오래된 성곽이 만든 미로 속을걸으며, 이 얌전한 도시의 매력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데요.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남부 프랑스의 다양한 휴양지들 속에서, 고요하고 굳건하게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이 매력적인 도시.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