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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시회 추천] 프랑스 설치 미술의 거장, 다니엘 뷔렌 <공간의 미학> 전

▶우리에게 친숙한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설치 미술의 거장에 오른 '다니엘 뷔렌'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프랑스 문화원


피할 수 없는 한 낮의 강렬한 태양과 잠을 설치게 하는 밤의 열대야. 본격적으로 여름을 무사히 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시간이 온 것만 같은데요. 한껏 높아진 불쾌지수를 낮춰줄 바캉스까지는 아직 조금 남은 시간, 달궈진 몸의 열기는 1도 낮추고, 감성의 온도는 1도 더 높여줄 갤러리 바캉스는 어떨까요? 지금 서울 ‘313 아트프로젝트’ 갤러리에서, 프랑스 설치 미술의 거장, ‘다니엘 뷔렌(Daniel Buren)’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 단순한 ‘줄무늬’에서 시작된 거장의 작품 세계
 

 


단순한 선 하나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예술가를 알고 계신가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줄무늬’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이끌어내며 설치 미술의 거장이 된 아티스트입니다. 1938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블론뉴 빌랑쿠르에서 태어난 그는, 미술직업학교와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다니던 중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1958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부터 자신의 작품 속에 단순한 소재가 아닌 하나의 기호와 소통의 도구로서 줄무늬를 도입하기 시작하는데요.


 


동시에 다니엘 뷔렌은 추상화 작가들과 함께 B.M.P.T라는 예술 그룹을 결성하여 회화의 정형화된 개념을 비판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단순한 줄무늬로 예술적 세계를 표현하는 것은, 미술의 전통적 개념을 해체하고 개념 미술의 성격을 보여주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작품을 설치해, 그 공간을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의 이른바 ‘In Situ(특정 장소에)’작업을 선보이며, 장소와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을 삶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1986년 파리 ‘팔레 루아얄(Palais-Royal)’ 궁전 안뜰에 전시되었던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은 프랑스 전역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의 대표작입니다. 260개의 짧거나 긴 줄무늬 기둥을 광장 전체에 규칙적으로 배열 한 이 작품은, 루이 14세가 머물기도 했던 화려한 궁전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줄무늬 기둥들로 가득 채워,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친숙하도록 만들었는데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작품 자체로 탈바꿈 해, 문학적 엄숙주의를 탈피하고 대중성을 높인다는 점 역시 뷔렌의 작품이 가진 매력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거울이 확장하는 공간, 육면체가 만들어내는 색 그림자
 



사진출처: culture360.org


작품이 놓인 어떤 장소, 다시 말해 ‘작품화가 된 장소’에 관객을 초대해 관객들마저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예술가 다니엘 뷔렌의 마법은 지금 서울 ‘313 아트프로젝트’ 갤러리에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니엘 뷔렌은 이번 한국에서 열린 전시 <공간의 미학(Variations)>을 위해, 전시가 진행될 현장에서 직접 23점의 작품을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수직과 수평의 큐브 형태를 띠고 있는 전시관의 내부 구조를 반영해, 이번 전시에는 주로 사각형과 육면체를 사용해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특히 빛을 비추면 영롱하게 저마다의 색을 내뿜으며 갤러리 벽에 또다시 색 그림자를 만드는 작품은, 공간과 작품을 하나로 만드는 그의 특기가 반영된 작품으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데요. 거울을 이용해 주변의 풍경을 작품과 함께 전시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거나, 줄무늬가 새겨진 작품을 자연광을 이용하여 다른 벽면으로 투영시키는 방법을 통해 전시 공간을 무한으로 확장시킨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재단과 까다로운 배치를 통해, 한 예술가가 만든 규칙성이 놀라운 예술로 탄생하는 공간. 올 여름, 이 곳에서만큼은 잠시 더위를 잊게 될 것만 같습니다.



다니엘 뷔렌은,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는 예술 작품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보는 과정을 거쳐야만 예술 작품은 비로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특정 장소성(Site-Specificity)’이라는 특징을 지닌 자신의 작품에 있어 관객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올 여름, 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특별한 바캉스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