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쇼핑몰에서 잔뜩 쇼핑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저마다 한 손에 들려진 쇼핑백. 하지만 이 곳은 백화점이 아닌 어느 전시회장 앞의 풍경인데요. 무언가 가득 들어있는 듯 볼록하게 튀어나온 쇼핑백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Take Me (I'm Yours) (날 가져가세요. 난 당신 것입니다)’ 이 전시회장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만지고, 느끼고, 소유하는 예술작품
 




쇼핑백에 적혀 있는 문구 ‘Take Me (I'm Yours)’는 바로 이 곳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의 제목입니다. 그리고 그 쇼핑백을 가득 채운 물건들의 실체는 바로 예술 작품의 일부들인데요. 예술 작품을 관람객들이 가져가야만 완성되는 전시, ‘Take Me (I'm Yours)’. 그 흥미로운 발상을 지금 파리의 ‘Monnaie de paris(파리 화폐 박물관)’에서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지 마시오’ 혹은 ‘만지지 마시오’라는 말은 미술관에 가면 으레 듣게 되는 주의사항인데요. 특히 유명한 미술 작품 앞에서는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경보가 울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지금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고, 또 작품들을 만지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져가라고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 세계적인 전시 기획자와 아티스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전시
 




이 전시의 시작은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쇼핑백을 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관람객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진 헌 옷 들 중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거나(작품 Christian Boltanski, ‘Dispersion’), 또는 바닥에 널려있는 수 많은 사탕 중 한 개를 집거나(작품 Felix Gonzalez-Torres, ‘Untitled’), 자동 판매기에 있는 예술 작품들을 동전을 넣어 뽑는 식(작품 Christine Hill, ‘Vendible’)으로 이 쇼핑백을 채워갑니다. 쇼핑백을 얼마나 꽉 채워가는 지는, 전적으로 관람객들의 몫인데요. 




전시 ‘Take Me (I'm Yours)’는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로 뽑히는 전시 기획자 ‘한스 울리치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1995년 런던에서 기획한 전시로, 20년 만에 파리에서 재구성되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한스 울리치 오브리스트와 세계적인 예술가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가 함께 큐레이팅을 맡으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져오거나 교환하거나 또는 푼돈을 주고 사는 예술 작품, 그리고 그 행동이 더해져야만 완성되는 예술작품.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작품은 현대 미술에서 더 이상 놀랄만한 주목 거리는 아니지만, 이러한 작품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특별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가져간 예술 작품의 일부는, 시간이 지나 잊혀진 듯 없어지거나, 다시 재활용 되어서 사용되거나, 아니면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되었건 전시장을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그것. 그것은 예술과 우리의 평범한 삶의 경계를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