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찾아온 겨울! 이번 주말에는 ‘방콕’ 하는 대신, 서촌으로 전시회 나들이 어떠신가요? 이미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공간인 통인동의 ‘보안여관’, 이곳에서 로와정, 염중호, 최대진 작가의 3인전 <중성적 시대(Neutral Era)>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프랑스 문화원이 함께 후원하는 특별한 프로젝트,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살펴볼까요?


■ 환산 가능한 시간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중성적 시대>전은 23시 59분에서 00시 01분이 되기까지 2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화하는 것들과, 세월을 ‘년(年)’ 단위로 쪼개어 살아가고 기념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주목해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중성적 시대’는 모든 시대가 원칙적으로 중성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규칙으로 묶은 시대, 예를 들면 ‘분’, ‘년’과 같은 특정 범주가 수치적으로 환산할 때만 의미가 있는 개념이라는 것에 반기를 들며, 30대를 지내는 로와정 작가, 40대를 지내는 최대진 작가, 50대를 지내는 염중호 작가가 시간과 시대에 대한 사유 과정을 펼치는 전시형 프로젝트입니다. 




사진, 설치, 영상 등 작가들의 최근 작업 18여점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인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프랑스와 인연이 있다는 점! 동갑내기 부부인 노윤희, 정현석 작가가 결성한 예술그룹 ‘로와정’은 2012년, 프랑스 파리의 아틀리에인 ‘파리국제예술공동체(약칭 ‘씨떼’)’에 입주할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최대진 작가는 프랑스 유학을 떠나 그때부터 우연히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한국인의 정체성과, 15년간 프랑스에서 거주하면서 받아들인 예술의 충돌에서 나온 공간으로부터 작업의 자양분을 얻는다고 합니다. 염중호 작가는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프랑스에서 평생의 은사를 만났고, 사진가로서 가질 수 있는 좋은 성향이 생겼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 머뭄과 떠남이 공존하는 곳, 통의동 보안여관
 




‘통의동 보안여관’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은 ‘여관에서 전시를?’이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80여년동안 ‘여관’이면서 동시에 ‘문화공간’이었습니다. 1930년대 한국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던 ‘시인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를, 서정주 시인이 통의동 보안여관에 하숙하면서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시인 등과 함께 탄생시킨 공간이기도 한데요. 현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다양한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중성적 시대> 전이 ‘통의동 보안여관’을 전시 공간으로 선택한 이유도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데요. 일반적인 시간과는 달리 특별한 시간 규칙 속에서 운영되는 특별함 때문에, ‘여관’이라는 공간이 전시의 연구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추상적 개념인 시간에서 구체적인 공간인 통의동 보안여관을 떠올린 것은,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있는 ‘통의동 보안여관’이 예술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피워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의 기획자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새로운 시간과 시대의 의미를 탄생시키고자 했다고 전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 올수록 우리는 ‘1년’이 지나갔다는 생각과, ‘2016년’이라는 ‘새해’가 온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이런 생각이 들 때, “수치적으로 환산한 시간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라며 반기를 든 작가들의 발상이 더더욱 흥미로워집니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시간은 무엇일까요, 또 그런 시간들이 모인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요? <중성적 시대> 전에서, 이러한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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