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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퍼블릭 광장/프랑스 테러] 꽃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파리의 모습 – 파리 테러 추모의 현장


지난 13일, 가장 로맨틱한 도시라 불리던 파리가 어둠과 슬픔에 휩싸였습니다. 약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생긴 이번 테러는 파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체, 그리고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는데요. 약 3주가 지난 지금, 파리는 아직 예전의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오진 못했지만,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그 힘으로 앞으로의 희망을 얘기하고자 모두 하나가 된 파리지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꽃과 촛불을 들고, 상처의 장소를 찾는 사람들
 




자유를 상징하는 동상이 우뚝 서 있는 파리의 ‘리퍼블릭 광장(Place de la Republique)’은 종종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각종 행사와 모임을 즐기기 위해 모이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치는 장소였습니다. 그런 리퍼블릭 광장이 지금은 추모의 현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여신상을 중심으로 가득히 뒤덮인 꽃과 촛불, 그리고 손수 써 내려간 수 백 개의 메시지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고 있는데요. 테러가 발생한 곳은 리퍼블릭 광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이 곳을 거쳐 테러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려 또 다시 추모의 불꽃을 밝히고 있습니다. 




매일 오가던 카페,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자리, 고대하던 공연을 보던 극장, 가족과 금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산책하던 거리. 이런 소소한 삶의 장소들에 예상치도 못하게 닥쳐온 이번 사건으로 파리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 상처를 이겨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파리 사람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장소를 시간을 내어 방문함으로써, 그 모습을 마주하고 적극적으로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변하지 않는 일상’을 통해 슬픔에 맞서다
 




비록 희생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꽃과 촛불, 그리고 희생자들을 위해 손으로 써 내려간 메시지를 들고 테러 장소를 방문하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면서, 막연한 공포감을 덜어주고 아이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모가 끝난 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까페에 앉아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공연장에 가서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코 끝이 시원해지는 밤 공기를 맞으며 저녁 산책을 합니다. 그들은 폭력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일상을 지속하는 법’을 택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기로 선택한 것, 바로 그것이 그들이 가장 평화롭게, 또 강하게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