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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문학상 수상작] 한국에서 만나는 프랑스 최고 문학상, ‘공쿠르상’ 수상작 <울지 않기>


사진출처: http://missticinparis.com/


프랑스 작가 에드몽 공쿠르(Edmond de Goncourt)의 유언에 따라 1903년 제정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자, 매년 12월 첫 주 신인작가의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소설 작품을 뽑아 수여하는 ‘공쿠르 상’! 최근, 공쿠르 상 수상작인 리디 살베르 작가의 <울지 않기>가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열다섯 살 에스파냐 소녀 몬세와 죄악의 문제를 탐구한 가톨릭 소설가 베르나노스의 목소리를 교차시켜,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린 소설이라고 하는데요. 프랑스의 독자는 물론, 한국의 독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소설 <울지 않기>를 미리 만나보겠습니다.


■ 기억과 역사의 관계를 다루는 소설, <울지 않기>




1936년 7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에스파냐에서 인민 전선 정부에 대해 군부와 우익 세력이 일으킨 전쟁인 에스파냐 내전. 소설의 화자인 몬세는 에스파냐 내전을 겪는 가난한 소녀입니다. 작가는 몬세를 통해 자유와 삶을 발견하는 인물이 겪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소설을 이끌어나가는데요. 또한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여성이라는 지위에서 자유로운 지위로 건너가는 인물의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몬세와 더불어 소설 <울지 않기>의 또 다른 화자로 프랑스의 대 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등장합니다. 엄마인 몬세가 딸 리디아에게 들려주는 에스파냐 이야기 속에서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책 <달빛 아래의 대 공동묘지>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책 속의 상황과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요. 작가는 하나의 역사에 대해 두 사람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겪는 큰 위험은 두려움의 도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베르나노스처럼, 그녀는 사람들을 내모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주목하며, 이데올로기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비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2014년 공쿠르 상 수상작가, 리디 살베르(LYDIE-SALVAYRE)
 



<울지 않기>의 작가 리디 살베르는 1948년 프랑스 오탱빌(Autainville)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에스파냐 내전 후 프랑스로 망명한 공화주의자들이었는데요. 소설의 주 화자이기도 한 몬세는 저자 어머니의 실제 삶이라는 토대 위에, 허구를 구축하여 만든 인물입니다. 툴루즈 근교의 에스파냐 난민촌에서 성장한 그녀는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공부하고 다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기도 했는데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중 2014년, 소설 <울지 않기> 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녀가 수상한 공쿠르 상은 프랑스 작가에게 최고 영예인 상으로 꼽히기도 하는 상입니다. 공쿠르 아카데미에 의해 수상되는 공쿠르 상은, 특히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산문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작가인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 파트리크 모디아노, 미셸 우엘벡 등 훌륭한 문학작품을 쓴 작가들이 수상한 프랑스의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문학상입니다. 



1936년, 여름의 기억만을 남긴 채 나머지 생을 모두 잊어버린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삶을 소설에 담아내며 ‘어머니를 다시 살게 한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리디 살베르의 소설 <울지 않기>. 그녀의 작품을 읽으며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기 살아남은, 존엄하고 여린 인물들에 대해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