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집에 초대했을 때 그 집에 들어서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후각으로 가장 먼저 그 공간의 첫인상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선호하는 향기로 자신들의 공간을 연출하곤 하는데요. 향기로운 꽃 향기, 쌉싸름한 초콜렛 향기, 시원한 박하 향기 등 각자가 선호하는 향기는 공간을 넘어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럼 책 향기는 어떨까요? 책이 가득한 집에서 풍기는 새책의 잉크 냄새와 헌 책의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인 공간. 실제로 책이 있는 공간의 향기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좋은 경험을 준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책으로 꽉 찬 공간, 수백만 권의 도서가 모인 도서 박람회. 사람들은 그 향기를 보고 느끼고 가져오기 위해 이곳으로 향합니다. 


■ 올해 35주년을 맞이한 파리 도서 박람회
 

  



파리에서 가장 큰 박람회장인 ‘Porte de Versaille(포르테 드 베르사유)’에서 열리는 Salon du livre de Paris(파리 도서 박람회). 이 도서 박람회는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도서 관련 행사로 올해로 35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박람회는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적인 박람회 중 하나인데요. 매년 초대 국가 및 도시를 선정해 부스를 만들고 홍보를 하게 됩니다. 올해는 한불수교 130년을 맞이해 우리나라가 초대 국가로 선정돼 한국의 많은 책들과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도서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랑 중 하나인 프랑스. 어른과 아이 할 것없이 항상 가방에 책 한 권쯤을 들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일까요. 이번 박람회에서도 입장시간에 맞춰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아침 일찍부터 북적였습니다. 아이는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들대로 수 많은 책 앞에서 장난감 가게를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책이 어떤 존재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 책을 사랑하는 프랑스 시민을 위한 도서 박람회
 




박람회는 단순히 책을 보고 구입하는 것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만족을 주고 있습니다. 수 많은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회, 또 책의 존속을 위한 정부 차원의 세미나까지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박람회장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 같은 행사들을 참여하다 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프랑스는 법으로 소형 서점을 제외한 모든 온∙오프라인 서점이 정찰제 책을 판매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람회 또한 정해진 정찰제로 책을 판매하는데요. 각종 할인율이 팽배한 요즘 시대에 책이라는 컨텐츠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정책 뒤에는 그것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정가의 도서와 책 한권 값의 입장료가 비싸게 느껴지지만 시민들은 많은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에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데요. 이 모습을 통해 시민들의 책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책의 향기가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소박한 종이에서 나오는 향기라고도 말하는데요. 어쩌면 그 향기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책이 가진 가치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책이라는 향수를 한 방울씩 나만에 공간에 모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향수병이 가득 채워질 때쯤엔 당신의 공간은, 책 향기로 당신의 마음은 소중한 가치들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 파리 통신원 임현정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