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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투앙 벼룩시장/파리 여행] 정확한 소리 대신 추억의 음색을 즐기다 - Salon du disque de(중고 레코드 살롱)


현대 기술이 계속 발전해 오면서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미세한 소리까지 집아 내는 음향 기기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대에 '지지직'거리는 추억의 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소음마저 마음 속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그 곳으로 함께 떠나 볼까요?


■ 레코드판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돌고 도는 게 유행이라 했던가요. 5, 60대에겐 ‘젊음’의 음색을 3, 40대에겐 부모님 어깨너머로 집에서 울려 퍼지는 ‘추억’의 음색을 그리고 1, 20대에겐 어쩌면 텔레비젼에서 본 듯한 ‘유물’같은 음색들. 구식이라 취급 당하며 오래 전 잊혀진 그 음색들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습니다. 최신 음향 기기의 깨끗한 음색보다는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소리. 바로 레코드판을 사람들이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인데요. 매니아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레코드판이 모두가 즐기던 음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파리의 생투앙 벼룩시장(Saint-Ouen flea market) 안에 위치한 돌핀 막쉐 (Dauphine Marché). 이 곳 1층은 파리에서 첫 번째 ‘SPOT’이라고 불리는 레코드 가게들이 있습니다. 십 여개의 가게들은 그 규모는 작지만 그 명성만큼 이제는 찾기 힘든 보석같은 LP판들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곳은 레코드판 매니아들이 파리에 오면 찾는 첫 번째 장소이기도 하죠.


■ 제 6회 중고 레코드 살롱(Salon du disque de puce)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파리 주변지역과 프로방스 지역의 레코드판 전문업자들이 참여한 행사인데요. 프랑스 음악을 대표하는 갱스브르그의 앨범부터 5,60년대의 미국 재즈음악 그리고 레코드판으로 가장 많이 찾는 장르인 모던락, 헤비메탈 음반까지 이 곳은 취향과 국적이 다양한 옛날 음반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턴테이블을 구비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아직도 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앨범을 디지털 음반과 동시에 레코드판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CD를 파는 종합전자상가 한편에서 레코드판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CD가 사양길로 접어드는 현 시기에 레코드판이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단지 유행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판과 침을 일일이 손으로 맞추고 나에게 맞는 음색을 찾을 수 있는 레코드판. 그래서 그 것은 한 장의 예술작품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날 것 그대로의 소리, 공간감이 느껴지는 음악을 듣고 싶다면 우리는 수 많은 디지털 기기들을 뿌리치고 LP판을 찾아야 하겠죠. 그것은 단순히 향수를 찾는 유행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아가는 인간의 이치일지도 모르는데요. 1분에 돌아가는 횟수 33번, 시계 초침보다 느리게 돌아가는 그 여유로운 움직임에 어쩌면 ‘아날로그’의 힘이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파리 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