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또다시 날아온 프랑스 파리에서의 첫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그 동안 쌓인 피로가 아직 침대로 하여금 저를 붙잡아두는 힘을 강하게 해 주고 있지만, 그래도 일어나야만 합니다. 굳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 필요는 없지만, 파리의 7월의 뜨거운 햇살이 더욱 극렬하게 기승을 부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호흡을 더 고르면서 전철을 타려면, 적어도 늦잠은 자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파리의 7월은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버텨온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후덥지근한 공기로 고통스러운 기간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나라인 프랑스, 그것도 수도인 파리는, 현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도시이다 보니, 특히 휴가철인 7월은 더위와 함께 인파로 인한 불쾌지수도 상당한 곳이지요. 그러니 더 녹초가 되기 전에 몸 안에 카페인을 충전하려면 지금이라도 박차고 일어나서 나가야만 합니다. 

7월에는 1호선을 타주지 않는 센스도 발휘해야만 합니다. 휴가철의 파리 1호선은 차라리 서울의 러쉬아워에 2호선을 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온갖 나라의 온갖 체취들을 경험하면서 파리의 울적한 지하풍경을 볼 생각이 전혀 없는 관계로, 일찌감치7호선을 타고 Palais Royal Musee du Louvre 역으로 향합니다.
 전철에서 내리니,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해 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벌써부터 보이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부지런도 하셔라. 가끔 느끼는바이지만, 도시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은 사실 가장 부지런할 필요가 없는 관광객들 아닐까요? 오늘도 가이드북에 기재되어 있는 곳을 한정된 시간안에 찾아다니시는 부지런한 관광객들을 뒤로하고 저는 Rue Saint-Honore 길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파리에 오면 언제나 찾는 CaféVerlet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제가 파리에 방문하면 항상 아침을 보내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아침에 찾는 이유는 점심때가 가까워 올수록 식사를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정신 없어지기에 한적하게 커피향과 맛을 즐기는 분위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침만큼은 분명히 그 그윽한 커피향과 맛만큼이나 조용히 파리에서의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을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장소입니다. 사실 흔히 이미지 속의 있는 파리의 카페라고 느끼기에는 거리의 노천카페도 없고, 매우 다른 나라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나뭇잎 모양의 컵받침과 함께 나오는 에스프레소 잔과 진한 나무색과 풀색의 조화가 분위기있게 퍼져 색다른 파리를 바라볼 수 있는 매력으로 저에게는 다가옵니다. 아침에 분주하게 커피를 볶고 갈고, 주문 받은 커피들을 정리하는 주인 아저씨의 모습은 그 인테리어나 분위기 못지 않게 얼마든지, 아니 어쩌면 진정한 파리지엔 다움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곳은 실제로 직접 원두를 사가지고 갈수도 있기도 한데, 만일 일상으로 돌아가 파리를 다시 한번 커피머신을 통해 즐기고자 한다면, 이곳의 원두를 기념으로 사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인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많은 일본인 방문객들을 심심치 않게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커피들은 다양한 원두들의 초이스와 함께 그 원두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파리에서 손꼽히는 맛을 자랑하는 이곳의 다양한 원두들의 향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파리의 도시 여행자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카페인으로 피로를 쫓고 에너지를 충전했으니, 이제 다시 길을 Madeleine 성당 방향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겨볼까요? 가는 길목 길목에 방돔 광장(루이까또즈가 처음 시작된 바로 그곳이지요^^)을 비롯해서 오페라 하우스로 향하는 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럭셔리한 이 거리의 화려함에 감탄하면서도 뜨거운 7월의 햇살에 지쳐갈 때쯤, 어느새 마들렌 성당을 중심으로 한 마들렌 광장을 만나게 됩니다.
이 곳에서 유명한 프랑스 식료품 브랜드인 Fauchon이 있습니다. 어차피 이곳의 대부분의 메뉴들은 유학생 또는 여행자의 신분으로서 함부로 질러버릴 수 없는 가격이므로,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겠다는 무모한 결심은 애시당초 버리고 지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프랑스 파리, 그것도 마들렌 성당 앞입니다.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이곳에서 마르셸 프루스트가 사랑했다는 마들렌은 먹어주어야만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큰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르셸 프루스트가 좋아하는 마들렌도 이곳의 마들렌은 아니기 때문에...) 큰 맘먹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상큼한 오렌지와 산딸기 맛의 마들렌을 골라 나와봅니다. 거금 3유로를 투자해서 나름의 허세를 부려봅니다. 바로 마들렌 성당 앞에서 마들렌을 먹어보기.^^

마들렌으로 입이 고급이 되어 허세(?)까지 부려봤으니, 점심은 간촐하게 먹어볼까요? Auber 역에서 RER A선을 타고 Chatelet역으로 가서 다시 RER B 선을 타고 Saint-Michel 역으로 갑니다. 그곳에 가면 생 미셸 광장과 노트르담 성당 사이에 지중해권 국가들의 음식들이 몰려있는 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이 동네의 거리거리 골목골목마다 배치된 Pita 라고 부르는 케밥은 정말 양과 맛과 가격 면에서 사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종의 정크푸드나 다름이 없기는 하지만, 원래 세상에서 정크푸드가 가장 저렴하고 맛있는 법이지요.. 어쨌든, 맛있고 양 많으면 행복한 법이지요.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샹젤리제 거리로 향해봅니다. 더운 여름날, 이 지친 몸과 마음, 그리고 배불러터진 나의 위장의 소화를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와인이 내 몸을 적셔주어야만 살 것 같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식후 담배가 아닌 식후 와인을 마시지 않았다면, 당신이 과연 프랑스에 오긴 한 건지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George V 역으로 서둘러서 이동했습니다. 파리 1호선의 지옥 같은 전철의 압박이 몸을 더욱 피곤하게 하지만, 괜찮습니다. 친구가 쏜다고 했으니까요 ^_^ 

George V 역에 내리면, 이 동네 가장 유명한 건물인 루이뷔똥 매장 건물이 보입니다. 그 화려한 매장 뒤로 Avenue George V 길이 나가는데, 그 길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불가리 매장 건물 뒷편으로 작은 와인바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이 친구와 만나기로 한  L’Ecluse입니다.

L’Ecluse는 보르도 와인만 전문으로 상대하는 와인바로 파리 시내 안에 마들렌과 생 미셸 구역 주변 등등 여러군데에 포진해 있는 유명한 체인 와인바 입니다. 다른 곳에 가도 되지만 이곳을 찾은 이유는 사람들이 북적 이는 다른 매장들에 비해 조금은 한가한 이곳이 더 맘에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마시는 로제와인과 내가 마시는 레드와인이 뜨거운 햇살에 반사되어 나름 운치있는 와인 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10년도 넘게 알고 지내온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친구와 와인을 통해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이면서도 또 매우 깊이가 있습니다. 와인이라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깊이를 나눌 때 적합한 음료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와인 향이 퍼지면서 황홀하게 하는 이 분위기는 몇 시간 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어도 더욱 편안하게 이야기에 빠지게 만들어주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여행을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올라탄 6호선의 창 밖 풍경이 언제나 보는 것인데도 지겹지 않은 것,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파리만의 매력인 듯 합니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본래 목적지인 아비뇽 연극 축제에 대하여 알려드릴께요.

 

루이지엔 유럽통신원 SJ
(SJTheatre Art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으로 예술의 도시 프랑스를 매우 사랑하는 코스모폴리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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